[ ''21세기 한국경제의 활로'' 특별대담 ]

국내 경제학계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박영철 고려대 교수와 김병주 서강대
교수는 한국경제의 문제점과 진로를 구조적이고 긴 안목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단기적인 "실적"에 집착하지 말고 근본부터 고쳐야 한다는 인식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접근방식에선 몇가지 다른 견해를 비쳤다.

우선 우리 경제가 과연 외환위기를 극복했느냐는 데 대해서는 약간 다른
평가를 내렸다.

김 교수는 한마디로 "아직 멀었다"는 진단을 내린다.

반면 박교수는 "당초 예상했던 것에 비해선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고 분석
했다.

김 교수는 기업과 금융분야의 구조조정 자체부터 여전히 미진하다며 미시적
상황 조차도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실적위주로 집행돼 아직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외형적인 구조조정은 꽤 진행됐지만 달라진 제도가 관행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수하게 고친 제도들이 토착화되도록 하는게 시급하다는 견해다.

대체로 대기업그룹의 선단식 경영행태에 대해선 달라지지 못했다는 반응
이었다.

박 교수는 대기업들이 의사결정 방식이 여전히 비민주적이라는 점을 지목
했다.

김 교수 역시 연말에 있었던 대규모의 사장단 인사에서 보듯이 오너싶
체제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목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대기업들이 핵심사업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제시한데 비해 김 교수는 전문화는 변화에 대한 대기업들의 대응능력을
저해한다며 "특정 업종에 대한 진입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는 견해를
보였다.

두 교수는 "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강조했다.

외환위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막연한 인식으로
재산증식을 죄악시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김 교수는 특히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에게는 책임과 역할에 걸맞게 충분한
금전적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사회안전망도 무작정 늘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수혜대상 등을
좀더 정밀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경제의 21세기 대응과 관련, 박 교수는 남북통일에 대한 준비와 지식.
정보화 천이에 따른 인프라 확충을 강조했다.

여전히 남북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아 갑작스런 통일
로 인한 혼란을 막을 준비를 지금부터 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화에 대한 대응엔 국가적 역략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교육개혁과 분권화,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을 지적했다.

창의를 키우는 교육이 돼야 하며 정치와 사회구조가 다양성을 수용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출산 감소와 노령화로 생산인구가 줄어들고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의 신축성도 더 높아져야 한다는게 김 교수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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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 박영철 교수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경제학박사
-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
- 금융연구원장
-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김병주 교수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 프린스턴대 경제학박사
- 서강대 경상대 경제학 교수
- 초대 한국경제교육학회장
- 금융개혁위원회 부위원장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