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켜고 끌 수 있는 음성인식 조명기기, 쳐다보면 켜지는 지능형 TV,
생각만 하면 작동하는 뇌파인식 청소기.

모두 휴먼인터페이스(Human Interface)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미래의
생활용품들이다.

휴먼인터페이스는 인간과 각종 기계 사이에 마치 사람과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듯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이 이뤄지도록 하는 기술이다.

인터페이스란 서로 다른 개체 사이의 상호교류 또는 대화를 위한 매체를
의미한다.

우리는 주위의 사물들과 인터페이스를 통해 접촉한다.

특히 PC가 일반화되면서 인터페이스는 별로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됐다.

지금 우리는 PC에 일을 시킬 때 키보드로 명령어를 입력해야 한다.

그래픽 인터페이스의 발달로 마우스와 키보드를 함께 사용함으로써 많이
편리해졌다고는 하지만 사람끼리의 대화에 비하면 여전히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시각 청각 촉각 등 보다 인간적인 접촉방식을
명령수단으로 하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휴먼인터페이스의 시작이다.

지금은 뇌파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사람이 생각만 해도 기계가
그것을 알아차려 스스로 작동되도록 하는 방법이 구상되고 있다.

휴먼인터페이스가 차세대 인간형 컴퓨터 뿐만 아니라 휴먼 로봇, 각종
지능형 기기들을 만드는 핵심기술로 부각되고 있는 배경이다.

특히 휴먼인터페이스는 21세기에 대규모 시장을 형성하면서 기존산업 구도에
일대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기술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유전자 복제기술이 "인간과 똑같은 인간"을 만드는 것이라면 휴먼인터페이스
는 "인간과 유사한 기계"를 만드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휴먼인터페이스 기술의 범위는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5감을 인간과 유사하게 느끼도록 하는
인지기능 <>지식데이터베이스를 참조해 인지된 정보에 맞게 추론하고
생각하는 사고기능 <>추론과정을 통해 도출한 결과를 행동이나 인지양식을
통해 표현하는 행동기능 등이다.

미국 IBM은 최근 "시각과 청각이 있는 컴퓨터"를 개발했다.

이는 휴먼인터페이스의 세가지 기능을 초보적인 수준에서 구체화시킨
것이다.

이 컴퓨터는 사람이 지구본을 그리라고 말하면 컴퓨터가 이를 인식,
지구본을 그리고 지구본의 위치를 바꾸도록 손으로 지시하면 사람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지구본을 이동시킨다.

휴먼인터페이스는 이처럼 전자기술 소프트웨어기술 기계기술 등 응용 기술
이외에 언어학 심리학 등 다양한 기초분야의 연구가 뒷받침돼야 실현할 수
있다.

휴먼인터페이스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는 국가는 역시 미국과 일본이다.

미국은 IBM 등 대기업과 MIT 스탠퍼드대 등 유수 대학을 중심으로 인지및
추론 분야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민.관이 함께 투자하는 제3섹터 방식으로 연구소를 설립, 인지분야를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음성인식 기계번역 음성합성 등 언어와 관련된 연구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98년부터 국가중점연구개발사업 과제의 하나로
휴먼인터페이스 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02년까지 1백40억여원을 집중 투자해 <>구어 이해 <>음성합성 및
신호처리 <>휴먼이해 <>자동번역 <>주문형컴퓨터(ASIC)설계 등 차세대
휴먼인터페이스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휴먼인터페이스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의 명령을 받아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해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지능을 가진" 기계를 만드는 것이다.

휴먼인터페이스 기술이 상업적인 수준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 이상 더 연구가 이뤄져야 할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송태형 기자 toughlb@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