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인 A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휴먼 로봇 "똑똑이"에게
"커피 좀 끓여 올래"라고 주문했다.

똑똑이는 A씨의 취향에 맞게 미리 입력해둔대로 커피와 설탕 프림을 정확한
비율로 넣어 커피를 타왔다.

A씨는 이날 오후 맹도견 역할도 하는 똑똑이를 데리고 나들이에 나섰다.

횡단보도에서 교통신호가 바뀌자 똑똑이는 "파란불로 바뀌었습니다.
건너가시죠"라며 A씨를 안내한다.

A씨는 시각장애인용 로봇인 똑똑이와 함께 지내면서 하루하루 생활이 아주
즐거워졌다.

휴먼 로봇이 몰려온다.

A씨의 이야기는 공상과학소설이나 SF영화에나 나오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바로 눈앞에서 부분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들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이미 두발로 서서 걷는 로봇이 탄생했고 화내고 웃기까지
하는 강아지 로봇도 선보였다.

미국에서는 친구처럼 놀 수 있는 로봇장난감 "퍼비"와 "놀라운 에이미" 등이
상용화돼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7월말 키 1백60cm에 두팔과 네다리를 가진 한국 최초의
휴먼로봇 "센토"가 세상에 첫인사를 했다.

로봇 전문가들은 현재의 개발추세라면 공장에서 일하는 로봇에 이어 다양한
휴먼로봇이 개발돼 식당에서 물을 나르는 로봇웨이터와 진공청소기 대신
집청소를 하는 청소로봇이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로봇"(robot)이라는 용어는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 "로섬의 만능로봇"에서 처음 등장했다.

어원은 체코슬로바키아어 "robota"라는 단어로 "강제 노동"이라는 뉘앙스가
들어있다.

로봇의 실용화도 원래 어원에 가까운 산업용 로봇에서 시작됐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산업용 로봇에 인간의 독특한 사고 기능을 추가한
것이 바로 휴먼 로봇이다.

휴먼로봇의 정확한 정의는 "시각 청각 촉각 등 인간과 비슷한 5감과
판단능력을 지니며 자신이 처한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해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여러가지 작업을 수행하는 지능형 로봇"이다.

21세기 기술이 지향하는 모든 지능형 기계의 원형이다.

정밀기계 컴퓨터 전자 인공지능 신소재 등 첨단기술의 복합체이기도 하다.

특히 컴퓨터가 인간의 말 글 행동 표정 등을 인식할 수 있는 휴먼인터페이스
기술은 핵심요소다.

"로봇 왕국" 일본은 휴먼 로봇에서도 독보적인 기술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미국의 화성탐사 로봇 패스파인더도 대부분 일본의 로봇개발팀이 제작했다.

현재 나온 휴먼로봇 가운데 가장 발전된 것은 일본 혼다의 P3이다.

이 회사가 10년간 수천억원을 들여 개발한 P3은 키 1백60cm, 몸무게 1백30kg
으로 외모까지 인간을 꼭 닮았다.

평지는 물론 계단까지 오르내릴 수 있다.

네발을 가진 한국의 센토와는 달리 두발로 걷는 직립보행형이다.

소니가 개발한 25만엔짜리 강아지로봇 "아이보"도 첨단 기술의 집결체다.

아이보는 장난을 치고 화를 내거나 슬퍼할 줄도 안다.

기쁠 땐 꼬리를 흔들기도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휴먼 로봇은 NASA(미국 항공우주국)와 카네기멜론대학
로봇센터가 개발한 극한작업 로봇 "단테".

7대의 카메라와 다양한 센서를 탑재한 높이 3m의 이 로봇은 8개의 다리를
갖고 있어 일명 "거미로봇"이라고도 불린다.

이 로봇은 달이나 화성 표면 등을 탐사하면서 3차원 지형도와 기후도를
작성하기 위해 개발됐다.

미국의 프로보틱스사는 식품을 배달하거나 청소할 수 있는 가정용 서비스
로봇 "사이"를 개발, 8백달러에 팔고 있다.

일본의 혼다, 미국의 MIT, 한국의 KIST 등은 보다 인간에 가까운 로봇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컴퓨터 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의사 간호사로봇
<>가정부로봇 <>맹도견로봇 등 실생활에 활용될 로봇들이 잇달아 개발될
전망이다.

유엔은 로봇수요가 향후 10~15년안에 휴대폰이나 PC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02년까지 2만4천여개의 서비스로봇과 50만여개의 진공청소로봇이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센토나 P3과는 달리 모양이 인간의 모습과 거의 다를 것이 없는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도 곧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화 "스타워즈"의 "알투디투"와 같은 똑똑하고 충실한 개인비서를 둘 날도
멀지않았다.

< 송태형 기자 toughlb@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