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 가운데 하나이면서 21세기 디지털경제의
핵심 인프라인 컴퓨터.미래에 나올 컴퓨터는 앞으로 인류의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을 좌우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 형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21세기 컴퓨터의 모습은 "작고 쉬운 컴퓨터"다.

지금까지 컴퓨터가 복잡한 구조와 어려운 사용법으로 인간을 주눅들게 하는
기계였다면 앞으로는 누구나 쉽게 컴퓨터를 "부릴 수 있는" 시대가 온다.

어린이나 주부까지 편하게 쓸수 있으려면 더 쉬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장기연구과제인 "편리한 생활 (Easy Living)
"프로젝트를 통해 "쉬운 컴퓨터"를 연구하고 있다.

이 팀의 연구는 "컴퓨터에 꼭 마우스와 키보드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 "목소리 몸짓 표정 시선을 알아채고 그것에 저절로 대응하는 컴퓨터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과제를 통해 나올 컴퓨터는 단지 "셈틀"이 아니라 "음성인식 인공지능
자동통역 3차원시각인식 등 첨단 과학기술의 집결체"다.

MIT의 미래학연구소 미디어랩은 "한대의 컴퓨터를 1백명의 연구자가 함께
쓰던 시대에서 한 사람이 1백대의 컴퓨터를 쓰는 시대로" 바꾸기 위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이들의 청사진에 따르면 21세기에는 컴퓨터가 책상위로부터 각 가정
구석구석, 또 신체 일부로 위치를 바꾼다.

대표적인 트렌드가 포스트 (post) PC.

포스트 PC란 인터넷이용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PC이후 세대를 겨냥해 새로
나온 제품이다.

예를 들어 TV 전화 워크맨 액자 주방기구 등 생활용품에 인터넷검색
전자메일교환등 PC의 일부 기능을 붙인 형태다.

E메일을 주고 받고 인터넷을 검색하는 정도의 기능을 위해서라면 비싸고
복잡한 다기능 제품을 쓸 필요가 없다는 발상에서 새로 만들어진 상품이다.

포스트 PC로는 이미 개인휴대단말기(PDA) MP3플레이어 초미니노트북
인터넷전화기 오토PC 전자책 디지털앨범 등이 나와 있다.

전자레인지나 냉장고에 인터넷검색 기능을 넣은 제품도 있다.

포스트 PC의 1999년 시장 규모는 1천3백90만대 정도.

2000년에는 2천9백만대, 2001년에는 4천5백5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더 진전된 형태는 "입는 컴퓨터".

"안경에 달린 모니터를 쳐다보면서 손목에 찬 키보드를 두드리는" 식이다.

일본 세이코는 이미 입는 컴퓨터의 일종인 손목시계형 PC "루퓨터(Ruputer)"
를 개발 판매중이다.

이 기기는 16비트CPU(중앙처리장치) 1백28킬로바이트(KB) 메모리와 윈도
운영체계(OS)로 작동한다.

미국 피닉스그룹은 이마에 두르는 디스플레이와 손목에 감는 미니 키보드,
배터리가 한세트를 이룬 "피닉스 2"를 내놨다.

이밖에 손바닥 안쪽에 대고 타자를 칠 수 있는 장갑 형태의 키보드도 있다.

1944년 미국의 에이컨이 내놓은 최초의 자동계산기는 길이 17m, 높이 2.4m의
대형 강의실만한 크기였다.

하지만 미래의 컴퓨터는 안경이나 시계처럼 몸에 부착하는 형태에 부피나
무게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만들어질 것이다.

컴퓨터의 기반 자체도 달라진다.

실리콘 칩을 쓰는 지금의 컴퓨터 외에 DNA컴퓨터 광컴퓨터 양자컴퓨터 등
전혀 다른 시스템에 기반한 첨단 컴퓨터가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 조정애 기자 jch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