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풀어야 할 여러가지 경제과제중 무엇보다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은
물가안정이다.

소비자들의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은데다 경제여건도 지난해와는 달리 물가
불안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1%로 제시했지만 너무 낙관적
전망이 아니냐는 견해가 많은 편이다.

또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말 새해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물가
안정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다.

물론 정부는 지난해 소비자물가를 물가통계 작성이래 가장 낮은 0.8%상승
으로 억제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금년에도 안정목표 달성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결코 낙관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사실 지난해의 물가안정이 전적으로 정부가 정책운용을 잘해 얻어진 성과
인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물가안정의 최대요인은 환율하락(원화강세)이다.

달러당 1천4백원에 육박했던 지난 97년의 연평균환율이 지난해에는 1천2백원
대로 낮아져 그만큼 물가안정에 기여했다.

하반기들어 국제원유가가 오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국제원자재 가격도
안정세를 보였다.

게다가 경제성장률이 두자리수를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공급여력이 충분했던
데다 소비수요보다 재고투자 증가가 늘어 초과수요현상은 없었다.

한마디로 지난해 물가안정은 성장의 착시현상속에서 당연한 결과라 해석해도
결코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는 다르다.

경기회복에 따른 소비수요증가가 만만치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고유가의
후유증이 나타날 우려가 크고, 특히 임금상승등의 원가부담요인도 적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4월로 예정된 총선도 물가에 악영향을 미치지않을까 걱정스럽다.

선거때가 되면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실제로 각종 서비스가격의
급등현상이 나타났었다.

지난해 물가안정의 결정적 요인이 집세와 개인서비스 가격의 하락이었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올해엔 방심해선 안된다는 교훈과 다름없다.

다만 물가안정책의 선택은 매우 신중해야 할 것임을 아울러 당부하고 싶다.

아직도 1백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있는데다 경기회복 역시 일부산업이
주도하는 불완전한 상태에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긴축선회등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설비투자 활성화등 공급여력 확충을 유도하는 한편 과도한 임금인상
의 자제등 우리경제가 과거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회귀하지 않도록 철저히
경계하는 정책운용이 필요하다.

소비자들도 분에 넘치는 소비를 자제하는 현명함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