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새 천년의 문턱을 넘어섰다.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딘 21세기의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장밋빛 가득한 낙관론과 우울한 비관론이 분분하지만 지난 세기의 이른바
"발전 패러다임"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에서 미래학자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갈등과 대립 구도 속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경쟁에 몰두해온 사고방식은
새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는 21세기를 주도할 새로운 사고의 틀을 "밀레다임( milledigm )"이라
부른다.

밀레다임은 인류의 존재양식에 대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밀레다임의 첫째 키워드는 "상생"이다.

상생은 "있음과 없음이 함께 산다(유무상생)"는 노자의 말에서 비롯된
키워드.

상생은 공존( co-existence ) 공생( symbiosis ) 보다 더욱 적극적인
개념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동양과 서양 등 모든 분야의 화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상생은 "공동체주의"와 연결된다.

공동이익을 추구하며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다양한 공동체들은 기존의
제도권을 초월하는 미래의 조직으로 부각될 것이다.

상생을 문화적 다원주의에 연장시켜 볼 수도 있다.

문화적 다원주의를 가리키는 말은 "레고문명"이다.

레고 블록을 짜맞추듯이 전세계에 산재한 여러 문명이 하나의 모습으로
융합된다는 이야기다.

문화적 다원주의는 "문명충돌"을 해소할 수 있다.

이 모두가 상생의 원리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상생은 인류의 미래에 빛을 밝혀줄 상위 키워드다.

21세기는 디지털혁명과 떼놓을 수 없다.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열어주는 가상공간은 기존관념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새로운 영토를 인류에게 선사한다.

그 영토를 지배할 주역들은 "베이비 모굴( baby mogul )"과 "디지털리스트"
들이다.

유력자를 뜻하는 속어인 모굴과 신예란 뜻의 베이비를 합성한 "베이비 모굴"
은 디지털 시대의 주무대를 정복한 벤처기업가들을 뜻하는 말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새 밀레니엄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무서운 신예들이
곳곳에서 사이버 영토의 영주가 되겠다는 야망을 키워가고 있다.

21세기 유망직업인은 "디지털리스트"들이다.

전자상거래 회계사, 가상현실(VR)설계사 등 생소한 이름의 이들은 뛰어난
컴퓨터 실력을 무기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한다.

재택근무의 확산은 21세기형 프리랜서인 "e-랜서"의 활동공간을 넓혀줄
것이다.

"평생직업"이 "평생직장"을 대신하게 된다.

21세기 또다른 주역들은 디지털과 지식계급을 뜻하는 리테라티( literati )
의 합성어인 "디제라티( digerati )"다.

미래 사이버세계의 새로운 파워엘리트들이다.

디지털혁명은 경영환경도 바꿔놓는다.

최고경영자인 CEO는 급진적 개혁을 선도하는 "CDO(최고파괴자)"로 변모할
것이다.

기업 내부구성원들의 만족을 중시하는 "신뢰경영"이 중시된다.

인재의 가치를 중시하는 "브레인웨어( brainware )" "인재인수"등의 개념이
확산된다.

21세기 사회는 예측이 어려운 "복잡계( complex system )"의 세상이다.

아이작 뉴턴 이후의 결정론 또는 인과론은 힘을 잃는다.

"복잡계"의 세계에서는 모든 사물이 비선형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더이상
정형화가 불가능하다.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힘들다면 새로운 길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창조력이 그만큼 중요해질 것이다.

사회 변화상의 큰 흐름 한가운데에는 "NGO(비정부기구)"가 자리잡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비영리조직이 21세기들어 사회변혁의 주역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가치관의 다양화로 기존의 국가체제가 미처 담당하지 못하는 부분을 이들이
사회 곳곳에서 자율적으로 메워나간다.

"아마존( amazon )"의 시대도 도래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성들로만 구성된 부족인 "아마존"은 미래사회에서
여성들이 갖는 힘을 의미하는 키워드다.

앞으로는 정치 경제 사회등 모든 분야에서 "여성이 지배한다"는 말이 나올
지도 모른다.

유전공학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급진적인 발달도 기대된다.

개인별 유전적 특질을 모은 목록인 "유전자 프로필"의 등장이 예상된다.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나타내는 유전자 프로필을 신용 카드 크기의 작은
저장기에 압축해서 들고 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자기 몸이 어떤 질병에 취약한지 미리 알 수 있다.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의 만남은 극세기술인 "나노테크놀러지"를 낳을 것이다.

세포재생, 미세수술, 원격지간 진료시스템인 텔레메디슨 등의 활성화를
생각할 수 있다.

환경문제를 가리키는 키워드로 화석연료를 대신할 미래형 대체 에너지인
"뉴 에너지"를 꼽을 수 있다.

태양열 풍력 지열 해양 소수력(하천의 낙차 이용)등이 대상으로 친환경적
이란 측면에서 "클린 에너지"로 불린다.

인간의 생산활동과 에너지의 이용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생태계를 보호하자는
"생태효율"도 환경론자들이 21세기에 주창할 중요한 화두다.

장르간 경계의 벽이 허물어지고 통합하는 "크로스 오버( crossover )"
현상은 미래 문화의 큰 줄기다.

젊은이들은 하나의 소설속에 수십 수백가지의 줄거리가 존재하는 미래형
소설인 "하이퍼픽션( hyperfiction )"에 열광할 것이다.

21세기의 어두운 구석을 제시하는 키워드도 있다.

유전자조작으로 개발된 농산물인 "프랑켄푸드( frankenfood )"다.

컴퓨터와 인터넷에만 매달리는 중독환자인 "마우스 포테이토( mouse
potato )"와 네트워크 공간을 무대로 테러를 일삼는 "사이버 테러리즘"은
디지털혁명의 부정적 모습이다.

첨단화된 살상무기로 마치 컴퓨터 게임하듯 전쟁을 치르는 "조이스틱 워
( joystick war )"는 상상하기도 싫은 미래의 모습이다.

< 박해영 기자 bon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