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사상에서 용은 입신양명과 대성을 뜻한다.

조선시대에는 문과의 장원급제를 나타내는 상서로운 상징으로 쓰였다.

집을 지으면서 기둥에 보를 얹고 그 위에 마룻대를 올리는 상량식때
하늘과 양을 나타내는 좋은 의미로 용 문양이 사용됐다.

이른바 명당을 뜻하는 좌청룡 우백호의 표현도 용이 풍수사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용에 대해 친근감을 가져왔다.

용자가 들어 있는 지명도 수두룩하다.

서울 성동구의 용두동을 비롯 용두 마을 용연 용남 용사 용곡 용산 용봉
등과 같은 지명은 전국 어디를 가든지 쉽게 접할 수 있다.

풍수상 여성지형에 해당되는 곳에는 "용"자 앞에 남성을 상징하는 "청"자를
덧붙여 청룡산 청룡령 청룡동 등으로 불렀다.

용에 관한 속담도 많다.

"개천에서 용났다"는 가장 널리 알려진 속담.

보잘것 없는 환경을 극복하고 입신양명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약한 사람들이 단결하면 강한 자를 이길 수 있다는 뜻의 "개미떼가 용도
잡는다"란 속담도 있다.

"개천가에서 나온 용은 개미도 얕본다"는 속담은 권력자가 세력을 잃으면
대접을 못받는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매우 위험하고 실현가능성이 없는 일을 하려는 무모한 사람에게는 "검은 용
턱에서 여의주를 빼앗으려 한다"고 한다.

"금두 물고기가 용에게 덤빈다"는 속담은 상대방의 힘도 모르고 함부로
덤비는 사람을 지칭할때 쓰인다.

자기 실력도 모르고 높은 지위를 탐내는 사람을 빗대어 "높이 올라간 용은
후회하게 된다"고 말한다.

"구슬없는 용이다"는 속담은 허세만 부릴뿐 실속없는 사람을 가리킬때
쓰인다.

무슨 일이 자기 소원대로 이뤄지는 것은 "용이 구름을 얻었다"고 표현한다.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가까이 어울리는 것을 표현한 "구름따라 용도 가고
바람따라 범도 간다"는 속담도 있다.

매우 뛰어난 재주를 뜻하는 "용 잡는 재주"란 말도 있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