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2000년은 한국경제에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97년말과 98년초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 구제금융까지 받아야했던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지난해부터 성장가도로 접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복병이
많다.

물가불안이나 고용불안, 국제원자재 가격급등 등의 악재들이 주변에 도사리
고 있다.

수입급증으로 지난 2년간의 무역흑자기조가 흔들릴 수도 있다.

특히 금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논리가 우선시될 경우 경제
운용에 압박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부와 정치권이
선심성 경제정책을 남발하면 한국경제에 오랜 기간 멍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고속성장에
따른 인플레 기대심리와 물가불안심리를 차단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로 중산층이 붕괴되는 것을 막고 실업문제를 해소
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올해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는 경제에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부와 집권여당이 선거 이전에 선심성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돈을 풀거나 도로 항만 등을 건설하는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통화팽창으로 인플레 우려가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정책으로 선회할
수 있다.

한자릿수였던 금리가 두자릿수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가상승과 함께 올해 가장 우려되는 현안은 기업과 금융부문 구조조정이다.

실업문제와 빈부격차 확대도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기업구조조정은 올해 계속 진행된다.

지난해 대우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계획이 정해져 기업구조조정의 큰 틀이
짜였을 뿐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채권금융기관들은 올해초부터 대우 그룹 해체작업과 대출금의 출자전환에
착수한다.

주주총회가 예상되는 2월과 3월에 이같은 작업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금을 줄이는 감자에 대해서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대우 계열사의 새 주인을 찾는 작업도 쉽지 않다.

채권단은 대우 계열사들을 하루빨리 처분해서 무수익대출금을 회수해야
한다.

그러나 올해안으로 모두 끝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우자동차의 경우 현대자동차와 미국의 GM, 포드등이 관심을 갖고 있다.

상반기중 국제입찰방식등을 통해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계열사들은 아직 뚜렷한 매수희망자가 없는 형편이다.

대우를 제외한 다른 워크아웃 기업들의 정상화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대부분의 워크아웃기업들은 지난해말 채권단이 충분한 채무조정을 해줬기
때문에 추가로 부채를 감면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워크아웃 기업들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할 경우에는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금융권 구조조정은 기업구조조정과 맞물려있다.

워크아웃이나 화의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들이 하나둘씩 회생할 경우
채권금융기관은 의외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손실로 처리한 대손충당금이 이익금으로 환원되는 사례도 나타날 전망이다.

은행의 경우 제일은행 경영권이 1월중순께 뉴브리지캐피털로 완전히
넘어가면 한바탕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전망이다.

은행들은 자발적인 합병이나 해외 금융기관 유치 또는 제휴 등으로 살 길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투신사 구조조정방안은 상반기안에 발표된다.

한국투신과 대한투신 경영정상화 계획이 나오고 투신권 재편방안이 확정된다

실업문제는 IMF사태 직후보다는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불안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경기가 급속히 회복되면서 한때 1백80만명에 이르렀던 실업자수는
연말께 1백만명 미만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고용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재취업자중 상당수가 고용계약직 또는 임시직이다.

지난해 혹독한 구조조정을 치러야 했던 기업들이 평생고용개념이 강한
정규사원을 뽑기보다는 임시 또는 계약직을 더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를 막 졸업한 신규취업 희망자들의 실업문제는 올해도 여전히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에는 대기업들이 공개채용 방식으로 봄과 가을에 신입사원들을 대거
채용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경력직을 뽑거나 수시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대학졸업생등 신규취업 희망자들이 느끼는 실업체감지수는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도 불안요인이다.

40대와 50대 중장년층이 일자리를 떠나고 고임금을 받던 사람들이 실직자가
됐다.

대부분 국민들이 갖고있던 중산층의식이 거의 사라졌다.

반면 증권분야와 벤처사업등 일부는 IMF사태 이후 오히려 전성기를 맞았다.

이른바 신흥갑부들이 탄생하고 있다.

실업자나 불완전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일반 근로자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주식시장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정보통신과 인터넷 관련기업에 돈이 몰리면서 지난해말 극심한 주가차별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경제성장의 근간인 제조업체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이들이 주식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졌다.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양극화될 경우 주식시장의 자원배분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이 밖에도 올해 벌어질 일들은 많다.

투신운용사의 자산운용 규제, 보험사 지배구조 기준마련,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의 민영화 계획, 금융기관 동일여신한도 축소, 기업전자공시제도 도입
등이 예정돼있다.

주요 행사로는 월드인터넷정보통신박람회(1월) APEC서울포럼(3월) 서울국제
공작기계전(6월) 식물생명공학 심포지엄(7월) 경주세계문화엑스포(9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 서울총회(10월)등이 있다.

< 현승윤 기자 hyunsy@ked.co.kr >

[ 포커스 10 ]

<> 은행 신탁계정 분리
<> 투신(운용)사 자산운용 규제
<> APEC 서울포럼
<> 국회의원 총선거
<> APEC 재무장관회의
<> 2000 서울 국제공작기계전
<> 채권시가 평가제 도입
<> 경주 세계 문화 엑스포 2000
<> 제3차 ASEM (아시아-유럽 정상회의) 서울총회
<> 은행 예금보험 전액 보장 종료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