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토플러

지금으로부터 30여년전 나는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이란 책을
펴냈다.

여기서 말하는 ''미래''는 2000년도를 가리키는 것이다.

세월이 화살같이 빠르게 지나가 어느덧 2000년이 됐다.

우리는 아직도 ''충격'' 속에 있는가.

이 책에서의 나의 예언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나의 예언에 대한 진위를 가려볼까 한다.

이 책은 우선 미래에 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예언에 동의할 것이다.

이 책은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점차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의 충격으로 인해 사람들은 고통받을 것이라는 내용도 사실로 밝혀졌다.

이 책은 지식과 기술을 변화의 주요 원동력으로 꼽았다.

지식이 자본, 노동, 그리고 원료를 대신해 경제발전의 이끌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사회는 지식산업 주도의 경제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미국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책은 구체적인 예언도 담고 있다.

인공위성 케이블TV VTR 컴퓨터 및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일반화될
것이라는 예언은 현실로 나타났다.

가족구조에 대해서도 예측했다.

직장을 다니는 남편과 가사를 돌보는 아내, 그리고 두 자녀(18세 이하)로
구성된 전통적인 핵가족 구조가 바뀌어 독신, 편부모, 아이없는 부부들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예언도 있었다.

실제로 이런 변화는 현대의 가족구조에서 볼 수 있다.

경제영역에 대한 이 책의 예언이 상당 부분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어리숙하게도 경제학자들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미래의 충격이 쓰여진 1960년대에는 "지난 20년간 지속된 미국의 경제성장
을 바탕으로 미래에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석유파동에 따른 경제둔화와 정보통신 및 인터넷을 견인차
로 하는 경제성장 등 빠른 변화요인에 근거한 경제변동상황을 설명하지
못했다.

사회변화와 정치학, 환경, 기술, 문화, 그리고 언론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산업을 주축으로 하는 미국증시의 활황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의견이 있다.

시장원리를 옹호하는 원칙주의자들(fundamentalists)은 "폭락설"을 주장
한다.

실질적인 이익은 내지 못한채 가격만 천정부지격으로 솟은 인터넷주식들이
모두 폭락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반면 클린턴 행정부는 정보통신기술의 고도성장이 새로운 경제질서를
만들었으며 신경제커뮤니티의 높은 생산성은 굴곡없는 지속적인 경제성장
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속적인 측면에서 볼때 "미래의 충격"에서 한 예언 내용과 일치한다.

그러나 두 의견은 모두 잘못됐다.

우선 똑같은 시장원리가 미래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는 시장원리 옹호자들의
생각은 미래의 주요 생산요소가 과거와는 달리 "지식"이라는 근본적인 사실을
간과했다.

지식은 자본이나 노동과는 달리 줄지 않으며 무한히 공급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전학파 시장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희귀자원 배분의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지식산업이 성행하는 미국에서 제조산업의 인력만을 고려하고 서비스 산업
의 인력들을 고려하지 않은 고전 경제학자들의 예측은 잘못된 것이다.

새로운 경제질서 안에서 굴곡없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언도
틀렸다.

"새롭다"는 뜻은 불안정하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새로운 경제질서가 지속적이고 꾸준한 급성장을 보장할 것이라는 주장은
모순된다.

왜냐하면 불안정하지 않으면 급성장도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21세기에 세계 인류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총체적인 도덕적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기존에 믿던 종교 및 철학에 대한 관념들이 바뀌게 될 것이다.

인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인류의 기원과 궁극적인 도달점에 관해서 말이다.

이같은 위기를 초래하는 주원인은 유전학과 로봇공학의 발전이다.

이를 견인차로 인류는 그들의 생태학 및 정신학적 모습을 바꿀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기존 정보통신기술과 생명공학기술에 자체적으로 사고하는 로봇공학기술이
접목된다면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은 없어질 것이다.

우리들은 우리들 자신조차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이같은 가설이 아니더라도 21세기에는 인류와 생명의 기원에 관한 획기적인
새로운 견해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우주생물학이 발전함에 따라 우주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생명과 인류의 기원에 대한 기존의 의견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21세기에는 "코페르니쿠스 혁명"에 버금가는 의식 혁명이 인류에게 일어날
것이다.

< 정리=고성연 기자 amazingk@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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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 1928년 미국 뉴욕 출생
<> 1949년 뉴욕대 졸업
<> 1957~58년 미국 경제전문잡지 포천 워싱턴특파원/편집장
<> 1959~61년 미국 코넬대 교수
<> 주요저서 : ''미래의 충격'' ''제3의 물결'' ''미래학이란 무엇인가''
''권력이동''외 다수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