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햇동안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 순유입액이 51억달러에 달했다는 보도다.

평균 환율(1천1백90원)로 계산하면 6조6백90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
되었다는 얘기다.

들어온 돈이 모두 4백11억달러, 빠져나간 돈이 3백60달러 등 모두 7백71억
달러가 증권투자를 위해 들고난 돈이라고 한다.

증권투자 자금 외에 외국인 직접 투자가 다시 1백50억달러에 달했으니
직.간접 투자를 모두 합치면 2백억달러가 넘는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된
셈이다.

외국인 투자가 이처럼 기록적인 수치를 보인 것은 그 자체로 우리경제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가 개선되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할 것이지만 해외로드쇼
등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다양한 노력을 펴왔던 결과이기
도 할 것이다.

어떻든 외환보유고가 바닥나 나라경제가 부도지경에 처했던 불과 2년전
연말을 생각하면 실로 격세지감을 느낄만한 일이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입, 특히 증권투자 자금의 이동은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주의해 관찰해야할 일이기도 하다.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과장되게 나타나면서 주가흐름에
왜곡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겠고 외국인 자금이 일시에 빠져 나가기라도
한다면 증권시장의 안정과 균형이 일거에 무너질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지난 97년10월말 우리가 직접 겪었던 일이기도 하지만 증권시장의
대외의존도가 높아져 좋을 것은 없다는 얘기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동이 환율 물가 금리등 거시
경제 운용에 큰 장애물이 된다는 점이다.

증권투자 자금은 이동이 매우 빠르고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외국인 직접투자와는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고 따라서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실물 부문과는 무관하게 투기적 동기로 움직이는 증권투자 자금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원화가치가 오르게 되고 결과적으로 금리정책이나 무역활동에
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면 이는 결코 환영할 일이 아니다.

최근들어 한국경제연구원 등 일부 민간연구소들이 정부에 대해 "금리인상과
환율하락을 용인하는 정책을 펴달라"고 주문하고 있는것도 넘쳐나는 외화가
내년도 경제운용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본다.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 유입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소위 자산효과(wealth
effect) 에 의한 과잉소비를 만들어 내고 결과적으로 물가 및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하는 일은 막아야 할 것이다.

당국은 금리와 환율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 새로운 정책 전개를 신중히
검토해볼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