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사회는 "세계화 공포증"(globophobia)에 시달리고 있다.

포케몬 해리포터 텔레토비 등 외래문화상품이 미국 문화시장을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아동문학작가 J K 롤링이 쓴 "해리 포터" 시리즈는 올해의 미국
문학시장을 강타했다.

여기에다 스티븐 스필버그, 배리 레빈슨 같은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영화감독
들이 서로 영화로 만들겠다고 야단법석이다.

일본 전자게임업체 닌텐도의 포케몬은 "포케마니아"(pokemania)라는 신조어
를 등장시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포케몬 게임카드는 삽시간에 엄청난 물량이 팔려나갔고 포케몬을 소재로 한
비디오게임은 인기순위 상위 랭킹을 휩쓸고 있다.

영화로 제작된 "포케몬:첫번째 영화"도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등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다.

이렇게 되자 미국내 문화 보호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종교인들은 해리포터가 미신과 마법을 옹호한다면서 이 책의 판매금지
를 주장하고 있다.

TV복음 선교사인 제리 폴웰 목사는 심지어 텔레토비중 하나인 "팅키 윙키"가
핸드백을 들고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영국인들이 동성연애를 좋아한다고
매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주간 자매지인 타임 매거진은 포케몬이 "탐욕과 공격성향"을
가져온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게다가 샌디에이고의 한 법률회사는 포케몬카드가 불법도박을 조장한다며
카드생산업체를 고소할 준비에 들어갔다.

콜로라도에서는 한 선교사가 어린이들이 보는 앞에서 포케몬 카드를
갈기갈기 찢고 포케몬 인형을 칼로 난자해 버렸다.

표면적인 이유는 자극적인 이들 외국상품이 어린이들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세계 대중문화를 좌지우지해온 미국의 문화 제국주의가
허물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있는 듯하다.

사실 디즈니 등 토속문화상품으로 세계 대중문화를 호령했던 미국이 이들의
내습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을 "경전"
처럼 내세워온 점을 감안할 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전세계가 미국의 문화 식민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난에도 아랑곳않고
문화시장개방을 요구해온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근의 문화시장만을 놓고 본다면 미국은 자신이 던진 세계화의 부메랑에
맞아 비틀거리고 있는 형국이다.

< 박영태 기자 py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