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과 양에서 엄청난 변화를 보인 올해 증권시장이 어제(28일) 폐장됐다.

주가조작 시비 등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올 증시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많았다.

개인들에게 재테크장을 펼쳐준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지원함으로써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경제회생에 최대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연초 587.57을 기록했던 종합주가지수가 1,028.07로 마감하며 상장종목의
싯가총액이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선 것은 올해의 성장이 괄목할만한
것이었음을 말해준다.

올 증시는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유입되며 금융장세로 시작됐지만 기업들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호전되며
실적장세로 이어졌고 외국인투자자들과 기관투자가들이 이끄는 쌍끌이 장세가
연출됐다.

주가지수가 오르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별 재미를 못 보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생겼고 정보통신과 인터넷 등 신성장 산업군에 속하는 기업의 주가는
폭등하고 재래 산업의 주가는 죽을 쑤는 양극화 현상도 뚜렷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가가 치솟고 이른바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며 거품 시비가 분분하자 정부의 안정책이 나오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전체 거래의 40%에 육박함
으로써 그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까지 높아졌으며 기업들의 유상증자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음에도 주가는 그다지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체질이 강해
졌다.

주식투자 계좌가 7백만개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난 가운데 간접투자의 비중이
높아진 것도 평가할 만한 점이다.

미국 증시 등 해외 증시와의 동조화 현상 역시 특징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공모주 청약 열기를 보다 시장원리에 맞는 투자로 유도하는 문제는 숙제로
남았다.

선물거래소의 개장과 파생상품 시장의 발전도 평가할 만하다.

증시의 성장이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경제회복에 크게 기여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직접금융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더 강화하고 기업의 구조조정을 계속 뒷받침
하려면 새해에도 증시는 건실하게 발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아직까지 투명하지 못한 공시제도를 계속 보완, 강화해
나가고 작전설이나 주가조작 시비가 나오지 않도록 원천봉쇄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코스닥시장 관리를 강화해 사이비 벤처를 솎아내고 기관의 참여도
확대해야 한다.

아직껏 거래량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선물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