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을 눈앞에 둔 27일부터 금융권에도 Y2K(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 비상이 걸렸다.

금융휴무(12월31일-2000년1월3일)에 대비해 미리 현금을 찾으려는 고객들이
은행창구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각 은행 창구에는 신용카드 결제일(27일)과 크리스마스 연휴로 공과금
납부일이 겹친데다 Y2K 금융휴무에 대비한 현금인출 수요로 고객들이 평일
보다 많이 몰렸다.

주택가에 위치한 지점일수록 현금을 찾는 고객들이 크게 늘어났다.

조흥은행 오인택 압구정동 지점장은 "금융휴무에 미리 대비하려는 고객들이
몰려 창구가 상당히 혼잡스러웠다"며 "평일보다 현금을 찾아가는 손님이 50%
이상 많았다"고 말했다.

한빛은행 대치동지점 이근덕 과장도 "Y2K 문제를 우려해서인지 손님이 몰려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과장은 "현금자동지급기에 돈을 넣기가 무섭게 오전에만 3억원 이상이
빠져 나갔다"며 "주로 1백만원에서 2백만원씩 찾는 손님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지점은 고객의 현금인출수요에 대비해 평소보다 2배 가량 많은 하루
6억원의 현금을 준비하고 있다.

더욱이 예금통장을 정리하는 고객도 늘어나 은행창구가 더욱 번잡했다.

제일은행의 경우 지난 20일 통장정리건수가 1백86만7천건이었지만 24일에는
2백30만8천건으로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리 현금을 확보하려는 고객은 30일 이전에 은행을
찾아야 시간절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통장을 정리하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잔액증명발급을 요구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고객들의 현금인출에 대비, 지점에 충분히 돈을 풀 계획이다.

한국은행도 이번 금융휴무에 앞서 은행들이 쌓아야 하는 지급준비금중 50%
를 현금으로 쌓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시중은행들이 약 5조원의 현금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며 "고객들의 현금인출수요는 추석이나 설 등 명절에 비추어 볼때
3조-4조원 정도로 추정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쌀 라면 부탄가스 생수 분유 등 Y2K 비상사태에 대비한 생필품들의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슈퍼마켓인 한화마트 잠실점의 경우 평소 하루 3백여개에 불과했던 라면
판매량이 지난주부터 하루 약 1천8백개로 6배나 급증했다.

또 부탄가스도 하루 2박스에서 휴가철 수준인 10박스로 늘어났다.

특히 각종 생필품을 패키지로 묶어 개당 8만~10만원에 내놓은 "Y2K 비상
세트"는 연말이 가까워 올수록 수요가 급증, 현재 판매량이 2천세트에
육박하고 있다.

할인점 E마트에서는 분당점 등 고소득층이 몰려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쌀
부탄가스 등 생필품의 매출이 평소에 비해 10~20% 늘고 있다.

LG슈퍼마켓에서도 부탄가스 양초 성냥 등의 판매량이 11월에 비해 50% 이상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유통의 손재우 과장은 "지난 달까지만 해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내년 1월1일이 코앞에 다가오자 대비차원에서
비상용품을 찾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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