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되새겨본 격변의 99년 ]

지난주 국제금융시장은 비교적 평온한 한주였다.

미국의 금리인상 문제가 내년으로 미뤄졌고 시장참여자들도 연말연시 휴가를
떠나면서 적극적으로 포지션을 변경하지 않았다.

주중 엔화 가치는 달러당 1백1엔~1백2엔, 유로화 가치는 1.00~1.01달러대가
유지됐다.

국제금리는 국채발행과 인플레 우려가 높아진 미국금리가 크게 올라 여타
국가와의 금리스프레드가 확대됐다.

이번주는 올해의 마지막 주다.

돌이켜 보면 금년 한해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무엇보다 97년 이후 2년여 동안 세계경제를 강타했던 해지펀드를 비롯한
국제투기자금들의 활동이 위축됐다.

물론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데 가장 큰 힘이
됐다.

국제외환시장에서는 95년 4월 역플라자 합의 이후 지속됐던 달러화 독주시대
가 막을 내리면서 선진국 통화가치간의 균형감이 회복됐다.

일본경제에 대한 기대감에다 유로화에 대한 실망감으로 "유로화 매도-엔화
매입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실질적으로 "1달러=1유로=1백엔"의 등가(parity)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상반기까지 하향안정세를 보였던 국제금리도 미국과 일본금리를 중심으로
양분화 국면으로 전환됐다.

미국은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한 반면 일본은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했다.

현재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남아있고 일본경제의 완만한 회복세를
감안할 때 한동안 이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기채시장에서는 유로화 시장이 부각됐다.

유로화 가치하락에다 금리가 미국보다 낮고 프랑크푸르트를 중심으로
채권시장의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금융위기국들이 주식연계 채권을 중심으로 시장접근이
다시 가능해지고 자금조달에 따른 가산금리가 낮아진 것도 눈에 띄었다.

세계증시는 가장 돋보인 한해였다.

각국 주가의 신기록 행진이 이어졌고 세계증시의 동조화 추세라는 신조어
까지 탄생됐다.

상반기에는 선진국의 금융완화정책으로 유동성 장세가 연출됐고 하반기들어
불어닥친 첨단기술업종의 열풍이 가장 큰 힘이 됐다.

현재 기대대로 밀레니엄 랠리장세가 나타날지 관심이 되고 있다.

국제간 자금흐름은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로의 "U"턴 현상이
재현됐다.

일본경제에 대한 기대감과 엔고에 따라 소위 "엔 캐리 트래이딩"이 청산됐기
때문이다.

대신 투기자금들은 원유, 금을 매개로 한 상품투기가 성공하면서 최근에는
활동성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

새로운 투자처를 어디서 찾을지 주목된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평온한 한주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Y2K(컴퓨터 2000년 인식오류) 문제, 미일간의 금리스프레드 확대, 일본기업
의 엔화 송금, 독일의 보유자산 매각세 폐지에 따른 변화요인이 있으나 현
추세를 흐트러뜨리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주 엔화 가치는 1백1~1백2엔, 유로화 가치는 1.00~1.02달러대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리는 현재 4.8% 포인트까지 확대된 미일간의 금리스프레드가 5%포인트
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금년 한햇동안 과다한 외자유입, 저금리 유지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외환정책은 비교적 잘 운용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외환보유고를 7백억 달러 이상으로 늘려 원화의 가치방어능력이 확보됐다.

원.엔 환율도 1대 11 이상 꾸준히 유지돼 수출기업에게 커다란 부담을
주지는 않았다.

다만 국제금융센터가 제 기능을 찾지 못하고 외환시장 인프라도 기대수준에
못미친 것은 아쉬운 부문이다.

내년 상반기 외환정책상의 운신폭을 넓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원화 환율을
높게(원화 가치 절하) 가져갈 필요가 있다.

물론 연말이라 어렵겠지만 기업들의 수입결제가 연내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독려하고 선별적인 외자정책으로 마구잡이식 외자유치를 억제해 나갈 경우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