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룰과 법칙이 변하고 있다.

미국 전체 기업의 기업 가치에서 3위로 부상한 (1위는 제너럴 일렉트릭,
2위는 마이크로 소프트) 시스코사의 존 챔버스 회장에게 성공 요인을 묻자
전자 상거래 환경하의 네트워크 경영이라고 답했다.

현재 퍼스널 컴퓨터 판매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회장에게 질문해도 같은 답을 할 것 같다.

시스코사는 전자 통신 네트워크 장비를 만들어 파는 회사이고 델 컴퓨터는
퍼스널 컴퓨터를 만들어 파는 회사다.

두 회사는 제품을 직접 만들지 않고 있다.

제조 분야를 아웃소싱 한다.

아웃소싱은 이제 경영의 새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다.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여 고객에게 전달하는 전체의 가치 사슬을 어떻게
다른 기업과 협동하여 최적의 조합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그 기업의 경쟁력
이 결정된다는 사실은 바로 이러한 네트워크 경영의 핵심을 설명해주고 있다.

마이클 포터는 이러한 현상을 집단 경쟁(Cluster Competition)이라 표현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업계의 사례를 들어 보자.

80년대 후반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에 많은 부분에서 경쟁력을 상실하여
시장을 뺏긴 미국의 자동차 업계가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을 벤치마킹했고
그결과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일본 자동차 회사들과 대등할 정도의 경쟁력을
보유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쟁에서 밀렸다.

이러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미국 기업들은 고객의 주문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일본의 자동차 회사 대 미국의 자동차 회사간의 경쟁이 아니라 미국
자동차를 만들어 고객에게 전달하는 전체 팀(자재 공급부터 고객에게 인도
까지)과 일본 자동차를 만들어 고객에게 전달하는 전체 팀간의 경쟁이라는
점을 발견하고 전체 공급 흐름에서 특정 부분이 아무리 우수해도 전체의
통합된 팀으로서 경쟁력이 없으면 결국 시장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는 점을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내부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전체 흐름의 여러 연결
고리와 부분간의 유기적 관계를 더욱 더 강조하는 전체 네트워크 관리에
자연히 중점을 기울이게 되었다.

네트워크 조직이란 기업들간의 대등한 관계를 바탕으로 연결된 기업 집단을
뜻한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조직은 우리의 재벌 그룹 경우처럼 원료 공급에서 제조
분배 유통까지 전체를 통합하는 수직 계열적 집단이 아니라 각자가 독립적인
성격을 가지고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고자 분업과 협력 관계로 결성된 팀인
것이다.

네트워크 조직은 각자가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하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공룡으로 비유되는 대기업에 비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힘이 강해질 수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시각으로 가치 사슬을 새롭게 조명하여 연구하게 된 것이
바로 요즈음 많이 회자되는 공급사슬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다.

이것은 외부 자원의 조달에서 시작하여 구매 제조 분배 유통을 거쳐 소비자
에 이르는 모든 재화 및 서비스 그리고 그것에 수반되는 가치의 흐름을
통합하고 연계하여 전체적인 하나의 네트워크로 이해하고 분석하려는
개념이다.

이러한 공급사슬 관리는 공급자 관리, 생산 관리, 물류 관리, 영업 관리를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의 전사적이고 전략적인 관리다.

또한 이것은 가치 사슬하에서 전통적인 각자의 역할을 넘어 전체 가치
사슬의 최적화를 위한 네트워크 상의 협력과 제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최정욱 < 국민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