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호 삼성중공업 상무

이기호 상무는 의전과 형식을 싫어하는 텁텁한 성품을 지녀 부하직원들이
많이 따르는 사람이다.

그렇면서도 맘먹은 일은 반드시 결행해 완수하는 추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91년 직장을 휴직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미국의 조선공학과 선급에 대해 공부하기도한 것은 그의 이러한
면모를 보여준다.

부하직원들 사이에서 그가 "세탁소 아저씨"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그렇지만 훤칠한 키, 해병대에서 단련된 다부진 몸매의 그를 보면서
월드컵의 신화 베켄바우어를 떠올리는 직원들이 더많다.

축구라도 벌어지는 날이면 쉰의 나이에도 아랑곳없이 늘 공격수로 나서기
때문이다.

기술영업팀을 이끌고 독일이다 브라질이다, 세계를 누비며 선박수주를 할
때면 계약성사까지 48시간 뜬 눈으로 지새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럴 때 팀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그가 쓰는 묘약은 알코올이다.

그의 해박한 칵테일 비방에는 모두 혀를 내두르고 만다.

이처럼 터프가이의 면모만 지닌 것은 아니다.

그는 누가 그의 차에 동승하든지 항상 조수석의 도어를 먼저 열어 상대방이
기다리지 않도록 한다.

그런 다음 운전석으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누구든 금방 사장님이
된 기분을 느낀다.

평소 고객을 대하는 그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