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 1백년 역사에서 한국인의 뇌리속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일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니스커트의 출현을 손꼽을 것이다.

미니스커트를 패션계에 첫 등장시킨 인물은 영국출신의 디자이너 마리콴트
다.

1966년 그녀는 검소와 품위를 중요하게 여기던 이전의 의복관습에 반기를
들고 젊은 세대들에게 어울리는 자유롭고 대담한 스타일을 패션계에
선보였다.

짧은 드레스, 미니스커트, 모자달린 레인코트가 그것이다.

그중 미니스커트는 도덕주의자들의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리며 최고의 인기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미니열풍이 한국 여성들에게 불어닥친 때는 1967년이다.

경쾌한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가수 윤복희의 모습은
한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다.

윤복희의 미니스커트는 젊은 여성들의 의생활을 1백80도 바꿨다.

오랜 세월동안 감추는 것에만 익숙했던 여성들은 무릎을 넘어 허벅지를
드러내는 이 혁신적인 의상에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처음에는 무릎위 5cm 정도 길이에서 시작됐으나 68년에는 무릎위 30cm 까지
올라가는 초미니가 등장했다.

신문지상에는 연일 미니스커트에 대한 사진이 실렸으며 TV에서는 사회명사들
이 나온 마이크로 미니의 무릎위 길이에 대한 공방전을 펼쳤다.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면서 웃옷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닥쳐왔다.

소매가 없거나 등과 앞 네크라인이 많이 파인 대담한 옷들이 거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또 이런 의상과 코디하기 위해 낮고 뾰족한 굽의 구두와 부츠가 잘 팔리기
시작했다.

속옷과 스타킹, 타이즈 제조업체가 엄청난 호황을 누린 것은 물론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