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적인 자동차회사인 GM이 대우자동차 인수의사를 공식제의함에
따라 대우차 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GM과의 수의계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우채권단은 경쟁입찰이 채권회수에 유리하다고 보고 수의계약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다른 일각에서는 공기업화로 경영을 정상화한 후 매각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대우차의 해외매각시 국내 자동차산업이 입게될 피해를 우려
하여 국내매각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대우차 매각을 둘러싼 쟁점에 대한 토론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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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를 GM에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나.

<>전성철 경제칼럼니스트 =원칙적으로 경쟁입찰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원칙에 매달려 시간을 소비하다 실리를 놓칠수도 있다.

국제입찰을 할 경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금은 시간이 중요한 상황이다.

<>유한수 전경련전무 =대우차 처리문제는 채권회수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

철강등 기간산업의 진입과 퇴출시에 장벽을 두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

산업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국가전략차원에서 매각방식을 논의해야 한다.

<>전 칼럼니스트 =해외매각을 퇴출이라 보는 것은 곤란하다.

-국제경쟁입찰을 주장하고 있는 채권단과 수의계약방식을 원하는 정부간에
입장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유 전무 =매각방식은 채권단이 정하는게 맞다.

국내에도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

총선 등을 의식해서 빨리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대우의 부실문제를
알면서도 1년반이나 기다리지 않았는가.

<>전 칼럼니스트 =채권단 입장은 당연하다.

그러나 시간의 이익을 감안해서 손익계산을 해봐야 한다.

특히 부실해진 기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국제입찰은 빨리한다고 해도 6개월이상 걸린다.

대우자동차 같은 장치산업의 가동률이 50%미만이라면 부실이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부품업체들의 손실도 엄청날 것이다.

-GM이 부채탕감을 전제로 50~60억달러의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헐값매각 우려는 없나.

<>유 전무 =제일은행이나 한보철강의 예처럼 골치덩어리를 빨리 처리하자는
식으로 접근할 위험성이 있다.

제값을 받겠다고 하지만 자동차산업의 경우 자산이나 수익가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전후방효과와 미래 수익력을 감안해 적정가격을 산정해야 한다.

<>전 칼럼니스트 =물론 회계적인 관점에서만 가격의 적정성을 따져서는
안된다.

수십만의 고용자와 납품업체 소액주주의 이익을 누가 잘 지켜줄 것인가도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업체에 매각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유 전무 =GM처럼 본토에서도 수 만명 정도는 쉽게 정리하는 기업은 우리와
논리가 다르다.

GM은 글로벌 소싱(전세계적 부품조달)으로 성공한 기업이다.

일자리가 위태로워지고 국내 부품업체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전 칼럼니스트 =기업이 우선 살아야 일자리가 보장된다.

기업이 망하면 온정주의도 아무 소용이 없다.

한국 회사가 조금 온정을 베풀수 있지만 누가 더 회사를 튼튼하게 만들수
있느냐를 봐야 한다.

-공기업형태로 먼저 정상화한 뒤에 처리방식을 결정하자는 주장도 있다.

<>유 전무 =국내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방안과 한시적 공기업화 방안 외국
기업에 매각방안 등을 대등하게 놓고 국가전략차원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전 칼럼니스트 =기아자동차를 2개월내에 공기업화하겠다고 했다가 6개월
이상 걸린 사례가 있다.

시간의 이익을 따져서 더 좋은 조건이 된다면 고려해볼수 있을 것이나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97년 기아의 공기업화 발표를 해외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해 해외신인도가
추락했었는데.

<>전 칼럼니스트 =국제투자자들은 "떡"을 키우는 조치냐 줄이는 조치냐를
우선 평가한다.

공기업화한다면 실질적으로 떡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또 정부가 글로벌스탠다드를 무시하고 편의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고 의심할
수도 있다.

-대우자동차를 해외에 매각할 경우 자동차 산업이 붕괴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유 전무 =외국에서도 자동차 산업에 대해서는 전략적 고려를 한다.

독일에서는 폴크스바겐이 부실화됐을때 공기업화했었다.

르노도 마찬가지다.

크라이슬러도 위기에 빠졌을때 해외에 팔기보다 살리려고 했다.

영국은 자동차회사들을 해외에 팔고 후회하고 있다.

당장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관련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외국기업은 자신의 글로벌 전략에 의해 생산규모 등을 결정할 것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국익에 반할 수밖에 없다.

<>전 칼럼니스트 =사례가 부적절하다.

70년대엔 외국기업이 크라이슬러를 살 능력도 의사도 없었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의 트렌드를 보면 70년대 80년대와 달리 국경이 없어지고
있다.

외국차들이 쏟아져 들어오면 국내차 업계도 외국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GM이나 포드는 연구개발(R&D)투자에만 수십억달러씩 투자하는데 국내기업
들은 단돈 1천만달러도 투자하기 어려운 사정 아닌가.

인수한 기업이 또 부실해지면 고스란히 국민부담으로 돌아온다.

<>유 전무 =세계 1위가 아니면 다 팔아야 하나.

폴란드에서는 대우차가 GM차보다 더 많이 팔린다.

소득과 기호가 다르기 때문이다.

최일류가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맞는 틈새시장을 찾으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전 칼럼니스트 =대우차를 국내업체가 살릴 수 있겠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틈새를 찾아서 살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결과를 보면 가능성이 적다.

-국내 참가자한테 기회를 주지 않는데 대한 역차별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 전무 =재벌문제 때문에 그런 것인데 안타까운 일이다.

재벌이 안되면 중견기업 컨소시엄이라든지 국내 재벌이 외국기업과 컨소시엄
을 맺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국내업체가 대주주로 참여하면서도 외국기업과 전력적 제휴를 통해 외국의
기술 자본 경영능력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현대자동차가 GM 포드등과 제휴할 수도 있지 않은가.

외국업체에만 파는 것은 막아야 한다.

<>전 칼럼니스트 =국내업체의 입찰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본과 기술 자금력 그리고 가격을 고려해 가장 유리한 업체에게
매각돼야 한다.


-빅딜논의때와는 달리 대우차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삼성차를 포함해서 자동차산업은 어떻게 개편하는게 바람직한가.

<>유 전무 =역빅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전략상
역빅딜이 유리하다면 고려할 수도 있다.

정부가 체면에 연연해선 안된다.

국내자동차 산업은 독점체제보다는 국내2사체제가 바람직하다.

국내2사가 세계적인 기업과 전략적제휴를 맺어 사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전 칼럼니스트 =삼성이 잘할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역빅딜을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두 번 속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차는 살릴 만한 사람한테 파는게 옳다.

<>유 전무 =왜 속았다고 보나.

<>전 칼럼니스트 =경쟁업체보다 많은 비용을 들여 경쟁력없는 공장을
만들지 않았나.

<>유 전무 =공장짓는데 실패한 것이지 차 만드는데 실패한 것은 아니다.

공장짓는데 소요된 과다한 비용은 사재출연으로 해소된 상태다.

-정부의 자동차 산업정책이 당초 5사체제에서 3사체제 2사체제 1사체제로
오락가락하고 있는데.

<>유 전무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해 생긴 문제다.

기아는 재벌이 인수해선 안된다고 하다가 시기를 놓치고 현대한테 넘어가지
않았나.

비전문가들이 개입해서 생긴 일이다.

내버려뒀으면 자연스러운 합종연횡이 일어났을 것이다.

<>전 칼럼니스트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대로 하라는 교훈을 가르쳐 준
것이다.

기아차 때도 결국 정치논리에 휩쓸렸다.

정부가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임해야 한다.

< 정리=김성택 기자 idnt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