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지각변동을 겪던 지방 상권이 서서히 구획을 정리해 가고 있다.

수년전부터 자본력과 규모를 앞세워 지방 공략에 나섰던 대형 유통업체들은
최근 토착업체들을 완전히 제압, ''그들만의 경쟁''으로 판도를 바꿔 놓았다.

반면 대형 유통업체들의 파상공세에 외환위기까지 겹쳐 고전을 면치 못하던
지방업체들은 틈새전략과 과감한 변신으로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아직까지 ''전국구''의 발길이 닿지 않은 외곽지역으로 진출하거나 동대문
상권의 성공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패션전문 유통몰로의 재단장 등이 그것
이다.

이에 따라 지역 유통전쟁은 종래의 무차별 경쟁에서 체급과 업태를 달리하는
2라운드 게임으로 접어들었다.


[ 부산 ]

"향토백화점은 낙후돼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지역 백화점에 입주한 한 입점업체의 하소연이다.

그만큼 기존 상권은 급속히 붕괴돼가고 있다.

태화 리베라 세원 미호당 등 왕년에 이름을 떨치던 백화점들은 화의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오래다.

일부에서는 향토 백화점이라는 점을 내세워 "읍소"에 가까운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으나 대형 백화점의 다양한 서비스를 맛본 고객들에게는 먹혀들지
않는다.

중소형 슈퍼마켓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대형 할인점에서 3만여개의 품목을 취급하고 셔틀버스로 고객을 싹쓸이
해가는 현실앞에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 들어 앞이 캄캄하다고 한 슈퍼마켓 업자는 내뱉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일부 업체들은 거리상의 이점을 이용,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서원유통과 아람유통 등 지역 슈퍼체인이 대표적인 사례.

이들은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외곽지역으로 진출, 대형 업체들과의 직접적
경쟁을 피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울산 양산 김해 등 아직까지 대형업체들이 오지 않은 틈새지역을 골라
2백평 이상의 매장을 세우고 있다.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주효해 올 매출이 지난해보다 10~30%까지 늘 전망
이라고 한다.

서원유통 김병찬 부장은 "슈퍼체인은 신선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포항 경주 밀양 등 틈새지역을 찾아 유통망을
계속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대구 ]

대구지역 토착 유통업체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구백화점의 경우 상인점 부지를 롯데에 매각한데 이어 시지동 할인점
부지도 월마트에 팔았다.

동아백화점 역시 화성건설 태산엔지니어링 등 계열사와 보유주식을 매각
했으며 완공을 눈앞에 둔 포항점도 롯데에 매각될 예정이다.

반면 신세계 롯데 등 국내 대형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유통시장을 점령해
나가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달 중순 E마트 성서점을 오픈한데 이어 월배, 만촌동 의무사
부지, 침산동 대한방직 부지 등에 잇달아 점포를 신설한다.

롯데백화점은 대구역 민자역사 백화점을 건축중이고 내당동과 상인동에
마그넷 할인점을 열 예정이다.

또 홈플러스는 2001년부터 성서, 칠곡, 월배, 수성구 등에 출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부지를 물색중이다.

그러나 외국계 할인점의 경우 입지선택 실패, 현지 관행에 대한 이해부족,
합병 등으로 사업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코스트코 홀세일이 외국계로는 처음 대구에 진출한 이후 까르푸 동촌점이
문을 연 정도.

월마트가 시지 대구백화점 할인점 부지를 매입해 출점 준비를 갖추고 있으며
우방감삼드림시티내에도 외국계 할인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 대전 ]

대전도 외국계 대형할인매장과 대형백화점 중심으로 상권이 재편되고 있다.

향토백화점인 동양과 대전백화점이 지역상권을 장악해 왔던 대전은 최근
몇년 사이 까르푸와 월마트 코스트코 홀세일 등 대형 외국계 할인매장이
들어서면서 판도변화를 가져 왔다.

또 대전지역 유통업계의 자존심이었던 동양백화점도 끝내 자금난과 매출액
감소를 극복하지 못하고 최근 한화유통의 갤러리아백화점에 매각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백화점은 이달말 문을 닫고 내년 2월 패션전문점으로 새롭게 문을
열기로 했다.

게다가 내년 3월 개점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롯데백화점 대전점이 문을
열면 또 한번 지역 유통업계에 태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도 둔산신도심에 E마트 개점을 위해 부지를 확보해 놓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대전 상권은 외국계 할인점과 대형 유통업체간
한판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광주 ]

광주상권에 지각변동이 생긴 것은 90년대 중반 대형유통업체들이 진출하면서
부터다.

신세계를 필두로 현대 롯데 등 빅3가 속속 개점했고 여기에 거평프라야
나산클레프 한화코렉스 신세계 E마트 등의 대형할인점이 가세하면서 "유통업
전쟁"이 발발했다.

지역내 쌍두마차로 군림해 오던 화니와 가든백화점은 이들 업체들의 공세에
"지역정서"를 호소하며 버텼으나 역부족이었다.

지금은 좀 양상이 달라졌다.

화니와 가든이 재기를 꿈꾸며 변신에 나선 것.

서울 동대문.남대문 의류상인들을 끌어들여 패션전문 유통몰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가든의 경우 올초 신세대를 겨냥해 IF-U라는 상호에 영화관 대형전자오락실
등을 갖춘 패션유통몰로 단장, 인근 수입의류전문점인 코리아밀라노 등과
경쟁에 나섰다.

화니 주월점도 패션유통몰인 "메가트로"로 간판을 바꿔 내년초에 개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새천년에 들어서면 이런 양상도 약간 변화될 전망이다.

오는 2001년 상무지구에 롯데 마그넷, E마트 상무점, 까르푸와 마크로가
한꺼번에 입점한다.

삼성테스코는 두암동 구 동일실고 부지에 5천평을 매입해 할인점 "홈플러스"
의 2001년 입점을 서두르고 있다.

결국 2000년대 광주의 유통전쟁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세계대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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