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이 재직 중 취한 직장폐쇄 조치가 회사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는 혐의로 구속된 것은 생각할 점이 많다.

이 사건이 미칠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임금청구 등 민사소송에서 "상당한 이유 없이 직장을 폐쇄했을
경우 그 기간 중에도 임금을 주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례는 있었지만 직장
폐쇄의 위법성을 이유로 경영자를 구속한 것은 처음이다.

재계가 즉각 반발하는 것은 물론 법조계에서조차 이견들이 나오는 가운데
노동계는 검찰 등 국가기관의 파업유도 개입여부까지 밝히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구속사유가 최종심에서 확정될 경우 경영자의 입지가 지나치게 위축돼
건전한 노사관계의 정착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거의 관행이 되다시피 한
노동계의 불법분쟁을 오히려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두렵다.

노조의 파업에 대응하는 사용자의 유일한 수단인 직장폐쇄 조치가 거의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직장폐쇄와 조폐창의 조기 통폐합이 노조의 불법행위에 맞서 내린 경영상
판단인데, 이를 형사처벌할 수 있느냐"는 재계의 반발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본다.

이 문제에는 상식으로도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상당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선 최고 경영자가 회사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논리는 과연 구성이 가능한지
부터가 의심스럽다.

사장이 회사업무를 방해해 얻을 이익이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노동계가 백지화를 요구하는 공기업의 구조조정(예컨대 한전의 분할매각)을
정부가 강력히 추진할 때 노조가 파업을 하면 이 경우에도 똑같이 "파업유도
->업무방해"가 성립되는 것인지...

그렇다면 앞으로 공기업의 구조조정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특검이 "노조의 파업에 강경 대응한 것은 죄"라고 판정했다는 느낌도 지울
수없다.

강 전 사장이 직장폐쇄를 "방어적 수단이 아니라 공격적인 수단으로 악용
했다"든가, "치밀하게 준비했다"든가 하는 점 등을 특히 강조하는 점이
그러하다.

따져보면 1년 중 파업일수가 1백일을 넘는 사업장에 새삼 "파업유도"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환란의 극복을 위해 금융기관 및 민간기업과 공기업의 개혁을 동시에
강력하게 추진해 온 점을 감안할 때 정부정책을 충실히 수행한 경영행위를
단죄할 경우 초래할 부정적 결과도 걱정스럽다.

아무리 절박한 구조조정인들 어느 공기업 사장이 소신있게 추진할 수 있을까

공기업에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한 정부의 책임은 없는지 여부도 우리를
헷갈리게 만든다.

재판부는 앞으로 사실관계는 물론 노사관계의 현실과 법리를 치밀하게
검토해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책무를 짊어지게
됐다.

자칫하면 산업평화의 바탕을 무너뜨려 그 후유증이 경제를 송두리째 흔들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