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보컴퓨터 ''이용태 명예회장''

이용태 명예회장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는 정보통신에 대한 전문 지식.비전
과 유교적 바탕이다.

언뜻 언밸런스한 조합으로 보이지만 이 회장의 모든 생각과 행동은 이 2가지
축에서 나온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과학기술원에서 10년 이상 컴퓨터를 연구한
이력을 감안하면 정보통신에 대해 전문지식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퇴계학연구원이사장 박약회(박문약예의 줄임말) 회장
그리고 한시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재령 이씨 19대 종손으로 나서 어린 시절 조부에게 한학을
배웠고 지금도 한해 10번도 넘는 제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맏아들인 이홍순 삼보컴퓨터 사장이 미국에 유학가기 전 "정해준 논어
맹자책을 읽고 나서 가라"고 해 유학 일정까지 늦췄다는 일화는 삼보그룹
내에서 유명하다.

이 회장 스스로도 "유교의 현대적 해석"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패러다임과 가치관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과거와의 단절속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삼보컴퓨터 사옥 23층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는 컴퓨터와 나란히
벼루 먹 붓 한지가 놓여있다.

바쁜 일정속에도 틈틈이 서예와 한시짓기를 즐기는 것이다.

한편 이 회장은 "디지털 시대의 경영 방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경영방식은 기존 산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에는 자본 인력등 주어진 조건의 토대 위에서 경영을 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조건을 뛰어넘어 경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예전에는 10가지 사업을 벌일 경우 10가지를 다 성공해야 했지만 디지털
시대의 사업은 10가지 가운데 3~4가지만 살리면 된다"고 말한다.

일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

아이디어만 좋으면 없던 시장을 새로 만들 수 있고 자본도 따라온다.

따라서 경영의 중심은 사람이다.

여기 필요한 사람은 그의 표현에 따르면 "자발인"이다.

짜여진 틀 속에서 주어진 일을 훌륭히 처리하는 것 보다는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이것을 추진하는 창의적인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디지털시대 성공의 핵심은 "모험심과 도전정신을 갖춘 인재를 모아
자발적으로 일하는 환경과 문화를 구축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이 회장은 "직원이 1천명인 대형업체 한 곳보다 직원이 열명인 업체
1백곳을 갖는 쪽이 더 낫다"고 말한다.

< 조정애 기자 jch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