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의 기업인 ''사내 벤처''가 힘찬 기지개를 펴고 있다.

한국통신 데이콤 삼성SDS 등 정보통신업체에서 시작된 사내 벤처 설립 붐이
최근 제조업체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스피디한 경영이 21세기 경쟁력 원천으로 지목되면서
주요 기업들이 ''작지만 젊은'' 조직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데 따른 현상이다.

사내 벤처는 소수정예다.

사업 아이템을 스스로 정한다.

일정기간동안 회사측 지원을 받아 아이템을 사업화하는데 전력을 투구한다.

성공하면 요즘 표현대로 대박이 터진다.

반면 실패에 따른 각종 부담은 대개 회사가 안는다.

대신 회사측으로선 임직원들의 창의성을 사업으로 재빨리 연결시킬 수 있게
된다.

또 사내 벤처가 독립, 코스닥에 등록할 경우 출자지분을 매각해 막대한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대기업으로선 사내 벤처라는 ''작은 승부''를 통해 신사업 영역을 개척하거나
든든하고 유능한 벤처기업을 산하에 두는 ''큰 승부''를 노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사내 벤처는 조직구조상 의사결정이 더딘 대기업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도
한다.


사내 벤처는 1백% 모기업 소속이라는 점에서 분사와 다르다.

분사는 모기업 지분이 30% 미만으로 사실상 독립법인이다.

또 사내 벤처는 미래 유망 사업 진출에 활용되는 반면 분사는 경쟁력이
떨어진 사업 정리에 주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정보통신주 열풍의 중심에 서 있는 인터파크는 원래
데이콤 사내 벤처였다.

데이콤 직원들은 괜찮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누구나 사내 벤처의
"소사장"이 될 수 있다.

지난 10월부터 인터넷 택배팀을 이끌고 있는 한태윤(44) 소사장은 그 전
까지 데이콤 EC(전자상거래) 사업본부의 기업EC 사업팀장이었다.

인터넷 쇼핑몰업체를 대상으로 물류.배송서비스를 해보면 괜찮겠다는
아이디어를 내자 회사측은 과감하게 사내벤처 설립을 허가해줬다.

한 소사장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면서 "내년부터 연간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SDS도 사내 벤처가 많다.

이 회사 조규곤(40) 수석(부장 직급에 해당). 컴퓨터 공학박사인 그는
벤처기업 사장이 될 꿈에 부풀어 있다.

지난 10월 사내 벤처인 "뉴트러스트(Nutrust)"를 창업, 대표를 맡고 있는
조 수석은 내년 하반기 벤처기업으로 독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 아이템은 인터넷상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사고 팔 수 있는 쇼핑몰을
구축하는 것.

인터넷에 올려지는 금융 음악 영화 책 등 각종 정보(콘텐츠)의 "사이버
지식재산권"을 배타적으로 보호해 주는 서비스다.

디지털 콘텐츠 공급업체로부터 받는 이용료의 6~8%에 달하는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다.

"국내에는 처음 선보이는 서비스인 만큼 올해는 10억원, 내년엔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조 수석의 이런 기대는 삼성SDS가 이미 배출한 다른 벤처기업의 사례를
보면 결코 무리가 아니다.

삼성SDS가 지난 97년 "사내벤처 1기"로 선정했던 "네이버"와 "디자인스톰"은
각각 인터넷 검색엔진과 멀티미디어 디자인 부문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면서 최근 모회사로부터 독립했다.

특히 네이버는 최근 장외에서 주당 30만원이 넘는 가격에 주가가 형성돼
5천원에 출자한 삼성SDS에 엄청난 평가이익을 안겨주고 있다.

삼성SDS는 사내 벤처 설립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뉴트러스트의 경우 서울 강남에 별도의 사무실을 포함해 연간 10억원 이상
의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또 직원들은 별도법인으로 독립하기 전까지 본사 정규직원 신분을 그대로
유지한다.

삼성SDS 김홍기 대표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정열만 있으면 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다"며 "모회사 입장에선 출자로 투자이익을 올릴 수 있고 유능한
관계회사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통신은 이들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요즘 가장 활발하게 사내 벤처를
배출하고 있다.

올들어 무려 17개 사내 벤처를 설립, 이 가운데 (주)쏠리테크 등 12개를
성공적으로 독립시켰다.

한국통신은 특히 사내벤처 소속 직원들을 3년간 휴직 처리해 주고 자본출자
운전자금융자 창업준비기간부여 기술이전 판로알선 등의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제조업체 중에서는 고합이 눈에 띈다.

고합은 지난 6월 취임한 박웅서 사장의 지시로 대덕연구소에서 개발한
2개의 신제품 사업부문을 사내 벤처로 육성중이다.

그중 하나는 미생물제제 사업부문으로 오폐수를 정화해 주는 종균제인
"하얀샘"을 주력 제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이 팀을 이끌고 있는 김갑진(36) 과장은 "설비가 우수하고 관련 기술도
충분히 축적해둔 상태여서 내년에 3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생물학 박사인 그는 퇴비부숙제 사료첨가제 등 앞으로 선보일 신제품들도
줄지어 있다고 귀띔했다.

고합은 이들 연구진에 영업기반까지 보강, 조직을 따로 떼내 명실상부한
벤처기업으로 분사할 계획이다.

박웅서 사장은 "내년중 코스닥에 등록, 지분 매각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성SDI 역시 지난 4월부터 2개의 사내 벤처팀을 가동하고 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박사 출신인 박종철 과장이 이끄는 팀은 TFT-LCD
(초박막 액정표시장치) 핵심부품인 컬러필터 제조공정상 각종 결함을 검사
하는 검사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또 하나의 아이템인 초음파 발진장치는 이상록 과장이 맡고 있다.

이 팀은 이 과장을 포함해 직원이 단 2명에 불과한 미니 사내 벤처다.

삼성SDI는 이와 별도로 사업전망이 밝은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선정, 연구원
이 개발비의 1%를 출자하는 NBU(New Business Unit)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이 사업에 참여중인 연구원은 10명으로 아이템은 극비에 붙여져 있다.

삼성물산 LG상사 SK상사 등 종합상사들도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 등을 통해
사내 벤처 육성에 나서고 있다.

SK(주)도 총 1백억원의 예산으로 사내 벤처를 모집중이다.

< 조일훈 기자 ji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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