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록 < 국토연구원 팀장 >

냉정히 따져 우리나라는 아직 민자유치 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힘들다.

민자유치 사업에 대한 낮은 인식이 그렇고 사업 추진과정의 각종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

또 금융시장이 낙후돼 투자재원을 효과적으로 조달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부진한 민자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자사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

정부는 재정부담 회피수단으로, 참여 기업은 공사수주 수단으로 민자유치
사업을 추진한다면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민자사업은 재정을 보완하는 장치로서 민간효율을 통한 운영코스트 절감이
핵심이다.

마음만 앞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문제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외자유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준비도 안된
사업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법에서 허용되지 않는 협약(사업
독점권 인정)을 체결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들이 우리에게 준 교훈은 철저한 준비 없는 성급한 사업 추진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급조된 실적이 아니라 내실 있는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다.

외국 투자자들이 아직 우리 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있는 점도 극복해야 한다.

이는 과거 우리의 정책이 투명성과 일관성을 갖지 못했던데 일차적 책임이
있다.

한국을 찾는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가 언제 무슨 명목으로 재정지원을 할
것인 가를 묻는다.

그러나 확실한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재정을 투입한 사례가 아직 없을 뿐더러 건설비 또는 운영수입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기준이나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다.

우리의 민자유치 제도는 뼈대만 갖추었지 구체적인 실행프로그램이나 하부
프로그램은 정비되지 않았다.

지금부터는 뼈대에 살을 붙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일에서부터 투자와 건설, 시설 운영 등 단계별로
구체적인 실행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