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 본사독점전재 ]

지난 몇 년간 증시투자자들은 큰 의문점 하나를 품어 왔다.

"언제 미국주식을 팔고 일본주식을 매입해야 하는가"였다.

지난 89년 도쿄증시의 싯가총액은 뉴욕증시를 추월, 세계 최대가 됐다.

그러나 얼마 안가 일본과 미국증시는 정반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 90년대 초반 이후 미국증시의 싯가총액은 3백50%나 늘어났다.

반면에 일본증시 규모는 10% 가량 줄었다.

최근들어 일본기업의 구조조정과 경기회복 조짐이 맞물리면서 일본증시를
다시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증시는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하지만 유럽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 글로벌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나 된다.

이 지수에 대한 일본증시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현재 유럽증시는 두 가지 면에서 일본증시보다 투자전망이 밝다.

우선 유럽기업들은 일본기업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두 번째는 유럽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빨리 이루어지고 있다.

이 두 가지는 유럽기업들의 수익상승과 직결된다.

최근 독일과 프랑스증시가 사상 최고 주가기록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의 경우 비판론자들은 구조조정이 피상적이고 실속이
없다고 지적한다.

일부 정치인들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애지중지하는 자국기업이 외국자본의
손에 넘어갈 경우엔 구조조정을 즉각 중지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영국의 이동통신업체인 보다폰에어터치가 독일의 이동통신회사 만네스만에
대한 적대적 인수방침을 밝혔을 때 게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가 이 합병에
대해 거부발언을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래된 관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유럽의 비즈니스 방식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혁신의 조짐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미국 JP 모건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9월까지 9개월 동안 유럽내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 규모는 2천4백40억달러로 미국을 능가했다.

유럽의 적대적 M&A금액이 미국보다 많기는 지난 93년 이후 처음이다.

이같은 유럽대륙의 적대적 M&A는 지난 9년간 이뤄진 적대적 M&A총액의
3배나 된다.

한때 유럽에서 듣기도 힘들었던 적대적 M&A란 말은 이제 유행어가 됐다.

비록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프랑스에서는 BNP은행의 소시에테제네랄(SG)은행
과 파리바은행 등 두 은행에 대한 인수합병 시도가 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올리베티가 텔레콤이탈리아에 대한 적대적 인수에 성공했다.

유럽기업들은 이와 함께 증시에서 자사주식을 사들이는 주식환매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은 납입자본이 반드시 많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프랑스와 독일은 지난 2년에 걸쳐 주식환매가 쉽도록 관련 규정을 고쳤다.

올초 출범한 유로화도 기업들의 수익성 향상에 일조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채권시장을 통해 자금을 끌어다 쓰고 있다.

올들어 유럽기업들은 정부가 발행한 국채와 비슷한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그동안의 관행에 익숙한 은행들은 자신들이 기업들에 빌려준 돈이 어떻게
쓰여지는지 큰 관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채권투자자들은 그렇지 않다.

유럽증시는 연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내년에는 증시 상승세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위원회는 내년과 2001년 유로존(유로화 도입 11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각각 2.9%로 예상하고 있다.

유로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유럽기업의 수출이 촉진되면서 유럽의 경제성장은
보다 가속화될 것이다.

최근 한 연구조사기관에 따르면 유럽기업들의 주당 순익은 올해 12%
증가하고 내년에는 16%로 더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유럽증시가 과열돼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주가지수에는 위험할 정도로 거품이 많이 끼여 있다는 진단도 있다.

예컨대 정보기술(IT)주가는 지난 3개월간 다른 업종의 주가보다 40%나 더
올랐다.

또 채권수익률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인가(채권값이 더 떨어질 것인가)하는
문제도 있다.

낙관론자들은 인플레 우려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현재의 채권수익률이 너무
높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채권값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

비관론자들은 세계경제가 동시에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장기금리(채권
수익률)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가파른 성장세는 결국 인플레를 야기하고 이는 채권시장에 위협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다.

또 미국월가의 동향도 관건이다.

유럽증시가 미국증시와 직접 연동돼 있는 것은 아니나 미국증시가 급락하면
어김없이 다른 증시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곤 했다.

따라서 월가에서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유럽의 주가방향도
달라지게 된다.

[[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12월10일자, "Beauty and the beast" ]]

< 정리=김재창 기자 char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