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헤드헌팅 시장을 함부로 넘보지 마라"

IMF 관리체제가 시작된 이후 한국의 헤드헌팅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대형 다국적 기업들이 속속 국내시장으로 몰려 들었다.

이 틈에 자본력과 맨파워에서 뒤지는 영세한 토종업체들은 줄줄이 문을 닫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이런 상황속에서 국내 헤드헌팅 시장을 지키겠다고 나선 벤처기업이 있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에 작은 사무실을 연 "잡 비전 코리아
(Job Vision Korea)"가 그 주인공.

무얼 믿고 외국 골리앗과 맞서겠다는 걸까.

이 회사 문을 두드리면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다부진 눈매의 정징대(42) 사장.

취업전문 잡지인 리크루트와 월간인턴의 편집국장을 지낸 그가 바로 비장의
카드였다.

승승장구하던 외국 업체들이 드디어 만만찮은 상대를 만났다고 할까.

이전엔 고급 인력을 알선하는 헤드헌팅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정 사장은 말한다.

"외국기업의 앞잡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는 것.

하지만 이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이 시장은 급속히
팽창했다.

최근엔 대기업은 물론 공기업들이 CEO(최고경영자)마저도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뽑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인화 조폐공사 사장, 김재홍 담배인삼공사 사장, 김진만 한빛은행장,
위성복 조흥은행장, 이상헌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사장 등이 대표적인 예.

한마디로 전성기를 맞은 이 시장의 규모는 연간 2백50억~3백억원 정도로
커졌다는 것.

하지만 정 사장은 한국 업체들이 다국적 기업들의 공세에 밀려 앞으로 더욱
힘든 영업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 걱정한다.

그래서 지난 15년간 채용 관련 경력을 쌓아 이 분야 국내 최고의
"통(전문가)"으로 불리는 그가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부산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노동대학원을 수료한 정 사장은 든든한
인맥의 지원을 받아 이 회사를 출범시켰다.

지난 89년 각 업계 전문가들의 교류를 위해 만든 "우리회"의 회원들이
조금씩 자본금을 댄 것.

주주로 올라와 있는 이들 50여명을 면면을 살펴보면 교수 변호사 회계사
대기업 임원 언론인 등 쟁쟁한 인물들이 속속 눈에 띈다.

또 이 회사엔 리크루트와 월간인턴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 기자 출신들이
컨설팅을 맡고 있다.

인터넷에서 취업과 고용정보를 제공하는 웹진(www.job1919news.com)도 곧
개설할 계획이라는 정 사장은 "계산적이고 딱 틀에 맞는 외국식 노하우보다는
인간적인 유대를 활용해 한국적 정서에 맞는 헤드헌팅과 파견 사업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02)393-1919

< 서욱진 기자 ventur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