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 신탁상품의 주식편입 한도를 50%까지 늘려줄 모양이다.

또 투자신탁회사가 취급하는 정크본드(하이일드)펀드나 후순위담보채권을
편입하는 새상품을 내년 3월께는 은행에도 허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은행신탁 상품의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자금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시중은행들의 경영개선을 지원하고 극심한 부진상을 겪고 있는 채권시장의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게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꿰어 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상업 금융기관들을 모두 투자기관화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인지부터가
우선 의심스럽다.

또 너나 가릴 것 없이 증권시장으로 몰려드는 최근의 편향된 자금흐름을
당국이 부채질해서 좋은 것인지, 그리고 증권시장의 가격등락에 따라 금융
시장 전체가 휘청거리게 될 위험성에 대한 대책은 세워져 있는지 등 의문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물론 세계적으로 증권화 현상(securitization)이 가속화되고 있고 금융업의
겸업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는 하지만 시중은행의 간판을 투자기관
으로 바꾸어 단다고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더욱이 선진화된다는 보장은 아무
데도 없다.

차입과 대출의 만기구조가 다른데서 초래된 소위 미스매치(miss match)
문제 만해도 우리 금융산업에 여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 것이 아니었는데
"위험성"의 차원이 전혀 다른 대출과 투자를 뒤섞어 놓는다면 장차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은행업과 증권업을 굳이 분리해 운용해 왔던 것은 증권시장의
가격변동성(위험)이 전체 금융시장으로 넘쳐 들어오지 않도록 차단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었고 이는 지난 30년대 대공황의 교훈이기도 했다.

미국이 최근 글래스-스티걸 법을 개정했다고 하지만 이 역시 별도법인을
통한 겸업화를 허용한 것에 불과하다.

미국 기준에 비기면 우리나라는 대부분 은행이 이미 증권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등 겸업화가 충분히 진행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은행으로 하여금 주식투자를 늘리도록 하거나 심지어 정크펀드까지 팔도록
한다면 장차 대우사태와 같은 위기가 재연될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더욱이 지금 증권시장이 호황이라고 해서 영원히 호황일 수는 없다.

주식발행을 통한 기업 자금조달이 40조원을 넘고 있는 올 한해의 실적에
도취해 모든 자금조달과 운용의 통로를 증권시장으로 열어 놓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은행의 증권투자를 늘리겠다는 금감위의 방침은 재고되는 것이 옳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