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 장면.

아버지(신구)가 TV를 보다가 아들(한석규)을 부른다.

"정원아, 비디오테이프 좀 틀어줄래?"

아들은 테이프를 넣고 아버지 옆에 앉는다.

"아버지가 한번 해보세요. 테이프 넣으면 자동으로 플레이되거든요.
그러니까 TV 전원 하고요..."

아버지는 아들이 시키는 대로 해보지만 자꾸 틀린다.

아들은 자기 방에 돌아와 하얀 종이에 비디오 작동법을 차근차근 적는다.

지난 97년 가을 어느 날.

아버지는 PC를 이리저리 만지다가 아들(나성균)을 부른다.

"성균아, 네가 개발했다는 소프트웨어를 작동시켜 보려는데 잘 안되네"

아들은 아버지 옆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린다.

"아버지,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먼저 인터넷에 접속해야 돼요. 그러니까
전화 모뎀부터 찾아서..."

아들은 종이에 인터넷 접속법을 차례대로 적어 아버지에게 준다.

아버지는 아들이 적어준 대로 해보지만 자꾸 실패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아들은 회사에 돌아와 컴퓨터 초보자들도 쉽게 인터넷
에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머리를 싸매기 시작한다.

일반 가정에서 인터넷에 접속하기란 그다지 쉽지 않다.

기업이나 대학에서는 자체 전용망을 이용, 쉽게 접속할 수 있지만 집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지금은 여러가지 인터넷 서비스들이 나와 있으나 2년 전의 상황은 달랐다.

컴퓨터에 일일이 환경설정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뿐더러
접속이 안될 때가 많았다.

간단한 VTR 조작조차 서투른 사람들에게 인터넷 접속은 시도할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웹푸시 기술을 응용한 인터넷 SW를 개발하던 네오위즈의 나성균(28) 사장은
인터넷 대중화를 위해서는 우선 접속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터넷 접속방법을 몰라 애태우던 아버지의 고민이 계기였다.

초보자의 어려움을 알지 못하는 컴도사들인 회사 연구개발팀을 끈질기게
설득, 개발에 착수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지난해 4월.

세계 최초의 인터넷자동접속 프로그램인 "원클릭"이 세상에 나왔다.

원클릭은 PC통신 등 인터넷접속 서비스업체(ISP)에 가입하지 않아도
프로그램을 PC에 설치하면 한번 클릭만으로 인터넷에 연결해 준다.

복잡한 전화접속 설정과정을 프로그램이 알아서 자동으로 처리해 준다.

한국통신에서 제공하는 "인포샵"과 연결, 인터넷을 사용한 시간 만큼 요금이
부과된다.

이용요금은 분당 20원으로 가입비나 월회비 등을 따로 낼 필요가 없다.

프로그램은 원클릭 홈페이지(oneclick.neowiz.com) 또는 PC통신 자료실에서
내려받거나 전화(02-597-1122)로 신청하면 무료 배달해 준다.

이 서비스는 초보자나 회사에서 전용선을 사용하다가 집에서 잠깐 인터넷을
쓰려는 직장인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0월 한달동안 원클릭을 통한 인터넷 이용시간은 무려 5천3백만분.

원클릭 이용자는 현재 1백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대 주부에서부터 70세 할아버지까지 많은 사람들로부터 손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줘 고맙다는 격려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원클릭은
SW 개발의 보람을 느끼게 해준 제품입니다"

이같은 원클릭의 인기로 금전적인 보상도 따라왔다.

네오위즈는 올해 83억원의 매출과 30억원의 순익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5억원 매출에 비하면 기록적인 신장세다.

네오위즈는 인터넷채팅 서비스인 "세이클럽"(www.sayclub.com)으로 다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불과 5개월만에 1백만명의 회원을 끌어
모았다.

서버의 분산처리기술을 도입, 어제 만난 채팅 상대자를 오늘 쉽게 찾을 수
있고 웹표준 기반의 서비스로 사용자들이 이미지나 사운드파일 등을 스스로
만들어 채팅에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나 사장은 말한다.

네오위즈는 또 게임전용 자동 접속프로그램을 개발해 무료 배포중인
"e게임즈"(www.egames.co.kr)와 세이클럽을 연계해 이용자들이 게임관련
멀티미디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네오위즈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추가해 세이클럽을 커뮤니티
포털사이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나 사장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학시절 함께 어울려 밤을 새우던 동료들
과 "인터넷의 신천지 개척"을 위해 지난 97년 6월 설립한 네오위즈
(NeoWiz.새로운 마법사).

인터넷이 만드는 새로운 세계에서 사람들이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기술을 창출해 내겠다는 젊은 마법사들의 꿈들이 하나둘씩 결실을 맺고 있다.

< 송태형 기자 toughlb@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