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사람"의 작가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은 학창시절 열등생
이었다.

아버지는 그를 고급공무원이나 법관으로 만들고 싶어 학교근처로 이사까지
했지만 그는 수학에 영 소질이 없는데다 라틴어와 문법도 싫어했다.

게다가 눈이 나빠 칠판글씨를 잘 못읽고 그림만 그려대는 바람에 성적은
엉망이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지독히 미련해 희망없음"이었다.

애써 도전한 국립미술학교 입시에서도 기존의 스타일을 답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번이나 낙방했다.

위대한 예술가가 자기영역 밖에서 둔재로 박대받은 예는 이밖에도 수없다.

특정부문의 천재일수록 다른 일에선 상식이하라는 보고도 많다.

필기시험때문에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인재들의 발굴및 육성을
전제로 설립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예술대학 개편을 둘러싸고 예술계가 온통
시끄럽다.

한국예술대학으로의 교명 개칭과 실기 석박사 학위 수여를 골자로 한
"국립예술대 설치법"에 대해 일반대학 예술대 관계자들이 들고 일어난
탓이다.

예술종합학교의 가장 큰 목적은 재능있는 싹을 선발, 집중 훈련시켜
국제적으로 경쟁력있는 예술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반면 기존 예술대학은 예술교양인을 주로 배출해온 감이 짙다.

중요한 건 이 학교의 명칭이나 학위 인정여부가 아니라 국내 예술교육의
실효성증대다.

이 학교의 모델이 된 줄리아드의 경우 실기만 배울수도 있고 학사나
석사학위 과정을 택할 수도 있다.

"하루 쉬면 내가 알고 이틀 쉬면 스승이 알고 사흘 쉬면 관객이 안다"는게
예술이다.

예술학교의 개편을 놓고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차제에 아예 교육법을 개정,
예술대학 전반을 컨서바토리 형태로 바꾸면 어떨까 싶다.

예술학교와 마찬가지로 일반대학에서도 비학위과정을 인정, 학위과정과
별도로 실기 위주 신입생을 선발해 교육하도록 하면 유능한 인재를 더욱 많이
배출할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인문 사회과학 중심으로 제정된
구시대의 법으로 예술교육의 틀을 한정지우고 있을 건지 답답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