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일)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약에 합의한지 2주년을 맞은
날이다.

밤을 새운 협상 끝에 1백80여개의 경제개혁 항목이 확정되면서 우리경제는
공식적으로 IMF의 관리체제로 편입됐었다.

부실 은행의 문을 닫고 기업경영과 노동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며
자본시장을 활짝 여는 등 구조개혁과 시장개방을 동시에 추구하라는 것이
위기에 빠진 우리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였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의 성과를 되짚어보고 미래를 가늠해보는
국제회의며 세미나들이 서울에서 일제히 열린 것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분기별 경제성장률이 두자리를 넘어설 정도로 경기가 살아났고 무역흑자가
쌓이면서 외환보유액이 7백억달러에 육박하는등 구제금융신청 당시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은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기업.금융.노동.공공부문의 개혁도 나름대로 궤도에 올랐고 외국인 증권투자
허용등 시장개방도 대부분 성공적으로 이행됐다.

이 정도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은 국제 경제여건이 유리하게 전개된
외에도 우리 스스로의 필사적인 노력이 보태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위기수습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모순도 누적되
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백만명이 넘는 실업자가 존재하고 빈부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걱정스런 일이다.

또 거의 모든 은행이 사실상 국유화되는등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커진 경제구조도 우려해야할 현상이다.

이 두가지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서로 다른 별개 문제로 보이지만 한발더
나아가 생각하면 결국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성격을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실업이나 빈부격차 문제는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복지대책에 의해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왕성한 기업할동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바로 이런 면에서 정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기업들의 기업할 권리와
여건을 갖추어 주도록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사실 위기 수습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확대된 정부부문을 여하히 줄여가느
냐는 문제는 어쩌면 그동안의 "자르고 붙이는" 외과수술형 개혁보다 더욱
어려운 과제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 문제에 대한 해결없이 IMF의 극복과 개혁의 완성을 논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 할 것이다.

지난 2년동안의 경제개혁을 통해 다급한 상황은 벗어난 만큼 이제부터는
과도해진 정부부문을 줄이고 시장논리가 우선되는 보다 높은 수준의 개혁을
향해 나아갈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