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엔 무관세를"

아메리카온라인(AOL) AT&T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의 인터넷업체들이
30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다자간 협상을 앞두고
전자상거래에 대해 관세를 영원히 면제시키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를 관세가 부과되는 서비스의 하나로 보지 말자는
것이다.

이들 인터넷업체의 목표는 간단하다.

전자상거래에 따르는 어떠한 과세나 정책적 부담없이 오는 2005년까지
전세계 전자상거래 규모를 5조달러까지 확대시키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프루덴셜증권의 인터넷 분석가 제임스 루시어는 "우리는 지금
오랜기간 지속될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순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게 되면 가장 이득을 보는 곳은 바로
인터넷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의 기업들이다.

이미 인터넷은 국경을 초월한지 오래다.

여기에 국경을 넘나드는 데 따르는 마지막 장벽인 관세마저 없어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의 입장에 대해 개도국들은 완강하게 "노(no)"의 입장
이다.

개도국들은 선진기술로 무장한 미국의 인터넷기업들이 무차별적으로 제공
하는 상품과 서비스앞에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상거래가 가져다주는 편리함을 인정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미국 인터넷 기업들은 이에 대해 "라틴아메리카나 유럽의 전자상거래 규모
가 미국의 그것을 따라잡을 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에 관세 면제를 추진하는
것이 이들 나라에도 결국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까지도 많은 나라들이 전자상거래에 따른 관세를 국가
주요 수입원의 하나로 의지하고 있고 이를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는데 있다.

인도의 경우 국가 재정수입의 18%를 관세수입에서 챙기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점차 발달하면서 이들 개도국은 재정수입이 줄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나라보다 관세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유럽연합(EU)도 아직은
관세를 완전히 포기할 준비는 돼 있지 않다.

유럽인들은 여전히 전자상거래를 보다 엄격한 무역규정이 적용돼야 할
서비스로 간주한다.

프랑스가 자국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수입에 문화적
제재를 가했듯이 말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개도국의 두려움과 불안은 다소 과장된 것이라고 말한다.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관세가 면제된다면 이들 나라도 결과적으론 인터넷
전자상거래가 확산돼 결국 인터넷인프라 확대 등에 힘입어 수입 감소로
관세가 줄어드는 부분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것이다.

AOL의 조지 브라덴버그 글로벌 전략담당 부사장은 "전자상거래와 이에
파생하는 많은 문제점과 도전들은 지금껏 우리가 직면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처럼 변화된 환경에서 전통적인 시장에나 적용됐던
룰과 정책들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및 개도국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시애틀의 협상결과
가 주목된다.

< 김재창 기자 char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