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대담 = 김기환 < 한국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회장 > ]

찰스 달라라 미국 국제금융연구소 소장은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관료들이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26일 밤 KBS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2년에 맞춰 세번째로 마련한 특별대담
에서 달라라 소장은 "경제문제를 시장에 맡겨도 된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할
때"라며 "정부의 역할은 단지 성장을 위한 토대를 제공할 뿐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개방적이고 융통성 있는 태도"라며 세계
각국의 장점을 적절히 소화해 내는 것이 중요하지 특정한 모델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와 JP모건 등에서 일하면서 국제금융분야에서 풍부한 경력을
쌓아온 달라라 소장은 국제금융시스템과 관련, "IMF가 세계의 민간은행과
보다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금융시스템에서 절실한 것은 탄탄한 자본시장이라며
"국제 단기자본에 대한 의존을 낮추기 위해서는 유가증권시장과 채권시장이
은행대출의 대안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태평양 경제협력위원회 김기환 회장과의 대담을 간추려 싣는다.

------------------------------------------------------------------------

<> 김기환 회장 =한국이 금융위기를 맞은지 거의 2년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진행되어온 개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달라라 소장 =한국은 위기를 잘 넘겼고 위기 후의 개혁과정도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강력한 지도력 덕분에 한국경제가 근본적으로 다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김 회장 =지금도 경제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한국이나 아시아 국가들이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달라라 소장 =우선 한국기업들, 특히 재벌들이 가지고 있던 국내외 채무
가 큰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채의 규모도 문제지만 그 부채를 생산적인 곳에 투자하지 않았던 것이
위기의 근본 원인입니다.

한국경제에 투명성이 결여된 것도 위기를 심화시켰습니다.

끝으로 정부가 무모한 환율방어에 급급한 나머지 결국 외환보유고를 소진
한게 문제였습니다.

이같은 문제들은 경제의 구조적인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 회장 =해외차입금이 현명하게 사용되지 못했다면 그것은 결국 기업의
경영진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겠지요.

<> 달라라 소장 =그렇습니다.

2년전 한국 기업의 경영진은 정말 개선의 여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부실채권 발생이 순전히 채무자의 잘못은 아닙니다.

채권자도 잘못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한국의 은행들만 한국 기업들의 신용을 잘못 평가한게 아닙니다.

외국은행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 줄 때는 그것이 정말 건전한 대출인지를
충분히 조사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 은행들이 그 점을 게을리 했습니다.

이렇게 잘못을 찾자면 여러 군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 김 회장 =한국은 노동시장과 공공부문 등 경제의 다른 부문에서도
상당한 개혁을 했습니다.

앞으로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개혁을 더 추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달라라 소장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해온 구조조정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사실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구조조정 과정이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닙니다.

부실기업에 대한 출자전환은 계속돼야 하고 수익이 남지 않는 부문은 과감히
문을 닫거나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매각해야 합니다.

재벌의 구조조정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정부의 역할, 즉 관료의 역할을 축소해
나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 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수많은 규제도 정리해야 합니다.

여러 부문이 많이 바뀌었지만 정부 관료의 기본적인 사고 방식은 사실 그리
크게 변하지 못했습니다.

정부 관료들은 자신들이 경제를 직접 좌지우지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한국
경제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뼈대를 제공하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 김 회장 =국제금융연구소에서는 한국 금융분야의 구조조정에 대해 면밀
하게 고찰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한국이 해야 할 금융분야 개혁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요.

<> 달라라 소장 =우선 한국의 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부실채권 문제를 더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투명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일에도 더욱 힘써야 합니다.

한국정부와 은행업계가 세계적인 기준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을 함께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서울은행을 매각하려 했을 때도 문제가 된 것은 이 점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국제 자산분류 기준을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
였고 이 때문에 매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은행업 분야는 세계적인 은행처럼 운영되어야 합니다.

이는 회계 투명성, 그리고 경영진 구조나 리스크 관리 등 모든 면에서
세계적인 기준을 수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 김 회장 =한가지 덧붙인다면 은행이 독자적인 결정을 할 수 있게 되어야
하겠지요.

<> 달라라 소장 =그 말씀은 동전의 앞뒤면과 같은 점을 지적하신 것입니다.

정부의 규제를 완화해야지요.

과거에는 은행의 대출결정이 리스크 분석보다는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졌습니다.

앞으로는 은행이 독립해야 합니다.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적인 대출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기본적인 규제의 틀은 있어야겠지요.

현재 은행업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외국인 투자는 아주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 과정이 앞으로 계속되면 한국의 은행들은 다양한 금융기법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김 회장 =지난 수개월간 있었던 국제환경 변화나 앞으로 발생할 국제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달라라 소장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의 금융위기가 부분적
으로는 한국경제가 안고 있었던 구조적 결함 때문에 촉발된 것이지만 한편
으로는 세계 금융시스템의 약점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한국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IMF G7, 그리고 기타
세계적인 리더들도 스스로 시스템상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IMF는 앞으로 세계의 민간부문 은행업계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논의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IMF에서 민간부문 은행의 정책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민간 은행업계에서는 특히 리스크 관리 부분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전세계 은행들에 적용되는 새로운 자본요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면 대출이 신중히 이뤄지고 지나친 대출, 특히 단기
대출을 삼가게 될 것입니다.

오늘날 세계경제에는 건전한 징후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에도 청신호죠.

10년 동안의 침체를 극복하고 드디어 일본경제가 회복되고 있습니다.

일본 엔화강세는 한국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미국경제도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만 대규모 무역적자라는 잠재적인
위협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미국과 주요 교역국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유럽경제 또한 전망이 밝습니다.

이렇듯 외부환경이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이죠.

하지만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됩니다.

G7이나 한국 모두 개혁을 지속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합니다.

<> 김 회장 =중국도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소장님은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관심깊게 지켜 보고
계셨죠.

<> 달라라 소장 =그렇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중국이 앞으로 한국의 든든한 교역상대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중국경제는 약간 저조해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연 7%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중국경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한국보다 훨씬 심도깊은 것입니다.

중국정부는 개혁을 늦추지 않고 있고 중국의 은행들도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들은 중국 경제의 전망이 밝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동안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 김 회장 =아시아 경제위기 후 논란이 된 국제금융시스템은 전면적인
수술보다는 부분적인 보완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달라라 소장 =그렇습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어떤 극적인 개선이라기보다는 약간의 개선이 점진적
으로 이루어졌을 뿐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은 그런 것입니다.

저는 2000년대를 맞아 우리가 완전히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가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스템 상의 작은 부분들을 하나하나 강화해 불안요소를 줄여 나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여러 국가들과 리스크 관리자들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죠.

물론 잘못된 결정을 했을 때는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투명성도 중요한 문제인데 바로 한국과 기타 여러나라에서 개선이 이루어
져야 할 부분입니다.

경쟁적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가증권시장이나 자본시장의 투명성
이 높아져야 합니다.

<> 김 회장 =일부에서는 중기나 장기적인 자본 이동은 좋지만 단기적인
자본 이동에 대해서는 규제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달라라 소장 =어느 선까지는 동의합니다만 단기자본이라해서 엄격한
규제를 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기차관이나 대출에 대해 모니터는 해야겠죠.

규제기관에서 감독해서 지나친 단기채무가 발생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합니다.

한국인들에게 덧붙이고 싶은 말은 국내 자본시장을 더 탄탄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유가증권시장이나 채권시장을 강화해 유동성을 갖추게 하는 것이
은행대출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탄탄한 자본시장이 형성될 때 단기자본의 위험이 줄고 단기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 김 회장 =아시아 통화기금(AMF)을 만들었더라면 지난 경제위기를 피할
수도 있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 달라라 소장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처음 AMF 창설 제안이 나왔을 때 IMF 등에서는 AMF가 개혁을 회피하는 방편
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아시아개발은행이나 AMF와 같은 지역적인 노력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기구는 세계조직과 함께 협력하고 보완해 나가면서 일할 수 있기 때문
입니다.

AMF 창설 아이디어에는 찬성하지만 정확한 원칙하에 운영돼야지 단지
손쉬운 자금조달 창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 김 회장 =AMF의 기본적인 역할을 감독 감시 또는 분석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 달라라 소장 =이 지역의 원칙과 규율을 개발하는 효율적인 조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시아 지역 국가간에는, 특히 한국과 인근 국가들간에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 중국 그리고 기타 주요 국가들이 앞으로 함께 미래를 설계해
나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서는 안되겠죠.

<> 김 회장 =다시 한국 문제로 돌아오겠습니다.

한국인들은 일련의 개혁이 끝나고 나면 어디로 가야할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생각해야 할 모델은 어떤 것입니까.

<> 달라라 소장 =한국에 진정 필요한 것은 개방 경쟁력, 그리고 투명성을
토대로 한 모델입니다.

한국은 외부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데 이는
한국의 역사에서 유래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앞을 내다보았을 때 한국은 세계경제와 좀 더 통합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경제와 통합돼야 하는 것입니다.

또 한국 경제구조에 완벽한 자유 경쟁체제가 도입되는 것에 대해 편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 김 회장 =한국이 국제적인 게임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려면 싱가포르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까.

<> 달라라 소장 =한국에는 강점이 많이 있습니다.

성실 근면 교육열과 같은 강점들이 한국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경제체제를 만들 수 있는 재원이기도 합니다.

어떤 단일한 모델을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 고유의 장점을 지키고 일본이나 미국 중국의 좋은 점을 따와서 정치
경제분야에서 적절히 혼합하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 김 회장 =한국이 좀 더 개방되고 세계와 통합되며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
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이 가지고 있는 특성중에 정말 바꿔야 할게 있을
텐테요.

<> 달라라 소장 =다시 한번 개방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융통성도 필요합니다.

과거 한국경제에는 융통성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시장의 원리에 맡겨도 된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규제가 전혀 없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정부는 단지 경제성장을 위한 토대만 제공할 뿐이지 통제를 해서는
안됩니다.

< 정리=박민하 기자 hahah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