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 본사독점전재 ]

지난해 초부터 일본에서는 종신고용에 바탕을 둔 풀타임 일자리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대신 파트타임과 임시직 일자리는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인력파견회사인 굿윌의 경우 건설노동자에서 경호요원까지 20여만명
의 임시직 근로자 명단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아직 일본의 노동시장 변화가 본궤도에 올랐다고는 할 수 없다.

대기업들에는 여전히 많은 수의 중년 샐러리맨들이 있다.

경기침체를 생각할 수도 없었던 지난 80년대에 채용한 30대 중반의 비교적
젊은 직장인들도 많다.

이들은 노동시장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세대다.

따라서 아직까진 이직의 필요성이나 압력을 크게 느끼거나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보기술(IT)산업의 발달과 아웃소싱의 활성화로 이들도 곧 전직을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기업들이 종신고용제를 점차 폐지하면서 샐러리맨들도 과거에 보여 주었던
기업과 고용주에 대한 충성심을 버리고 있다.

새로운 직장을 찾으려는 욕구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샐러리맨 초년병들
이 가장 강하다.

과거의 선배 세대와 달리 초년생들은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의 첫발을 내디뎌
야 한다는 것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다.

초년생들은 전문경영인이나 벤처기업가 경영컨설턴트가 되는 게 꿈이다.

최근 하이테크기업들이 젊은이들 사이에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례로 이동통신업체인 NTT도코모의 경우 최근 모기업인 NTT보다 훨씬 더
유명해졌다.

NTT도코모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순위에 올라 있다.

외국계 기업들에 대한 젊은이들의 인기도 높다.

한 조사에 따르면 게이오대학의 미디어 비즈니스 환경 등 현대적 학문을
전공하는 대학생중 60~70%가 투자은행이나 컨설팅사 같은 외국계 기업을
선호하고 있다.

10여년전만 해도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유능한 인재를 구하려면 일본 은행들
보다 최소 2배의 노력을 더 기울여야 했다.

지금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가만히 있어도 입사신청자가 쇄도하고 있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종신고용에 대해 어떠한 기대도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들은 스스로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선배 샐러리맨들과 달리 그들은 점점 더 특정 분야(경영자가 특히 선호하는
부문)를 전공으로 삼고 있다.

마쓰시타와 같은 대기업은 신입사원들에게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라고 강조한다.

그렇지 못하면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일본 젊은이들도 만약 회사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으면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일경련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학졸업자의 3명중 1명꼴로 취업한 지 1년
안에 첫 직장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속에서 중소기업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

그동안 일본에서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선택하고 남은 인력들을 나중에
채용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상황은 옛 이야기가 됐다.

중소기업들도 지금은 얼마든지 우수한 인력을 뽑을 수 있다.

특히 정보기술이나 데이터처리 컨설팅 기업홍보 등 서비스산업 쪽에서
이같은 추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일본은 새로운 사업에 목말라 하고 있다.

일본 통산성에 따르면 지난 91년 이후 일본에서는 새로 창출된 사업보다
없어져 버린 사업이 더 많았다.

지금은 인터넷관련 사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굿윌의 경우 젊고 유능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대형 전자회사로부터
스카우트하기 위해 거액의 스톡옵션을 내걸기까지 한다.

이같은 고용사정 변화로 대기업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기업의 인수합병이나 리스트럭처링(사업구조조정)이 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그렇지만 아직 일본 고용시스템의 큰 줄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취업희망자들은 직업의 안정정과 연공서열에 따른 급여체계와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 주는 일자리를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기업들은 급진적인 리스트럭처링을 통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젊은 인재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실업률은 현재 사상 최고 수준일 정도로 높다.

그렇지만 일본기업들은 곧 젊은 인재들의 부족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내년부터는 일본의 노동가용 인구가 줄어들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014년까지 연평균 1.5%씩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젊은층과 여성층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파트타임과 임시직 일자리에 더욱 많은 보수와 메리트를 주어야 한다.

여성들을 위한 탁아시설도 확충해야 한다.

<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11월26일자 "The amazing portable sarariman" >

< 정리=김재창 기자 char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