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이라기 보다는 희망섞인 비전"

KDI가 제시한 "중장기 한국경제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이렇게
나왔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은 이번 전망을 "현실과 괴리된 낙관론"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근로시간이 줄고 저축률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천한 기술력
만으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관치로 단련된 경제시스템을 시장주도로 돌려 경제에 자생력을 불어
넣는게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22일 열린 공청회에 참가한 토론자들도 전망의 장미빛 여부를 도마 위에
올렸다.

박우규 SK증권 상무는 "향후 10년간 5%대의 잠재성장률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투자증가율이 10%에 육박해야 한다"며 전망의 허점을 꼬집었다.

KDI가 내다본 10년간 투자증가율은 5.3%.

이같은 투자세로는 3~4%의 성장률을 보이는데 그칠 것이라는게 그의 진단
이다.

박 상무는 "지금껏 IMF체제 탈출 패러다임이 경제를 지배해 왔다면 새천년
엔 기업이 주도하는 성장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투자 마인드를
살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순원 현대경제연구원 부사장도 "이번 전망은 새천년의 신조류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갖고 5%대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하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는 2000년대 실질성장률을 5%대로 끌고가기 위해선 "새로운 성장엔진"을
만드는게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전자 자동차 조선 등 기존 주력산업을 고도화해 성장잠재력을 유지하는
한편 정보.통신 생명공학 환경 의료복지 등 성장의 새로운 견인차를 육성
해야 한다는 처방이다.

정 부사장은 "정보.통신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유망주들의 국내 경쟁력
기반은 취약한 실정"이라며 "기업은 물론 정부와 금융기관이 삼위일체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표학길 서울대 교수는 KDI의 전망을 "보수적"이라고 봤다.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수치들이 제시됐다는게 그의 평가다.

표 교수는 "향후 10년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6%에 달할 것"이라며 KDI가
최근의 경기변동에 매달려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오히려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과거처럼 공공요금의 발목을 붙들어 매긴 어렵다는 현실론을 들어
KDI가 제시한 2%대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다소 낙관적이란 견해를 피력했다.

< 유병연 기자 yoob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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