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 자유기업센터 소장 >

"주제가 있는 신문"

지난 주 한경에 대한 총평이라 할 수 있다.

1면 톱을 처리한 내용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벤처기업 5천사 육박", "재계 밀레니엄 인사 태풍", "삼성 전계열사 사상
첫 흑자"로 이어지는 주제들을 중심으로 읽을 거리를 듬뿍 제공한 한주였다.

15일자 "벤처기업 5천사 육박"으로 시작된 벤처특집은 한국 벤처산업의
현주소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획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장을 뛰는 젊은 기업가들을 만나면서 한국 경제의 역동성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힘은 마치 숲속에 묻힌 작은 나무들처럼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나 거시지표의 급속한 회복과 같은 숲 전체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 못지 않게 숲속의 나무를 보는 지혜와 안목이 필요하다.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디지털혁명은 유연성 순발력 지구력 승부근성 등
다양한 능력을 요구한다.

평균적인 의미에서 디지털혁명은 한국인들에게 또 한번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왜냐하면 한국인들의 특성이 디지털시대라는 새로운 변화와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유념해야 할 일은 적절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미흡한 상태에
서 이루어지는 급속한 성장은 자칫 큰 부작용과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공신력 있는 투자정보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 불공정한 주식거래
에 대해서 적절한 견제 기능을 작동시켜야 한다.

한경은 최근들어 "이머징&벤처"면을 신설, 벤처기업에 상당한 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항상 견제와 감시 기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시세에 편승해서 좋은 점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후일 큰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

현재의 벤처열풍에 대한 빛과 그림자를 균형있게 전달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얼마전 안철수 대표가 "현재와 같은 거품 상태가 지속되면 멀지않아
벤처기업의 95%가 망할 것"이라고 경고해 주목을 끈 바 있다.

현재로서는 그의 경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데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속성장은 흔히 악화와 양화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를
혼탁하게 하는 단점이 있다.

이런 면에서 벤처를 다루는 언론인들은 벤처의 빛을 부각시킴과 아울러
그림자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이것이 바로 언론 본연의 사명이라 할 수 있다.

얼마전 우량 벤처기업 투자를 통해서 상당한 수익을 올린 어느 원로 금융인
은 투자결정을 할 때, 70% 정도의 비중을 경영자의 됨됨이와 능력에 둔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사람 됨됨이란 면에서 본받을 만한 자질을 가진 젊은 벤처기업가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급속히 자금 유입량이 늘어나고 부가 확대될 때 뿌리 깊지 않는
나무는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

더욱이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수준은 도덕이나 윤리와 같은 소프트 인프라
면에서 여전히 취약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과 시장의 투명성 면에서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게다가 사회적으로도 죄의식이나 책임감 면에서 부족한 점이 여전히 많은
사회이다.

이런 점에서 벤처산업의 건실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벤처기업가들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 먼저 중요하다.

하지만 언론 역시 끊임없는 견제와 감시로 벤처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19일자 1면 톱은 4대그룹의 올 한해동안 경영성과를 다루고 있다.

유리한 환율, 예상치 않는 분야의 특수, 금리 부담 감소, 구조조정 성과
등이 어우러져 4대그룹은 상당한 경영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흑자의 의미와 시사점도 함께 따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흑자폭이 큰 기업들의 면면을 따져보면 초기의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히
투자했던 상품들이 흑자의 효자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면을 반전시키는 히트작은 고심 끝에 내리는 위험하지만 신중한 투자결정
에서 나오게 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계속해서 유망 산업을 향해서 투자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정책하는 사람들이 잘 새겨야 할 것이다.

투자란 잘해야 3~5년 전에 뿌린 씨앗을 거두는 일이다.

이 중에는 실패하는 것도 있고 성공하는 것도 있다.

투자란 예상대로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적법한 절차를 따른 실수나 실패에 대해서 적법하게 처리하는 사회의 규칙을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우리는 더욱 왕성한 기업가정신을 가져야 하는 나라이다.

17일은 주가 천포인트 돌파와 관련된 기사들이 실렸다.

그리고 15일 한경은 골드만삭스사 보고서를 인용하여 한국 증시가 아직도
저평가된 상태이기 때문에 5조~6조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을 함께 소개하였다.

기본적으로 증시는 기업의 펀드멘틀을 반영한다.

지난 2년간 기업들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긍정적인 변화들이 줄을 이었다.

상대적으로 정치를 비롯한 사회분야의 변화는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

간접분야가 동시에 변화해 준다면 한국의 앞날은 지금보다 휠씬 밝을
것이다.

< www.gong.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