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 가운데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중 성공한 회사는 5%도 안된다.

합작 파트너를 잘못 만나거나 노무.재무관리에 실패하는 경우 대개 사업이
지지부진해진다.

해외 현지투자로 성공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조직관리.

바로 카리스마적 "보스 경영"임을 성공 기업인들은 보여주고 있다.

중국 현지 사업으로 성공한 회사로는 인성물산 케드콤 경동보일러 아가방
등이 꼽힌다.

방글라데시에선 영원무역과 다다실업, 과테말라에선 최가산업이 크게
성공했다.

베트남과 미얀마에서는 태평양물산의 명성이 높다.

이들 업체의 사장들은 한결같이 보스경영을 전개했다.

인성물산의 김석한(45) 사장, 최가산업의 최원석 사장, 영원무역의 성기학
회장이 "강경파"라면 다다실업의 박부일 회장, 태평양물산의 임병태 회장,
케드콤의 김영수 회장은 "온건파"랄 수 있다.

인성물산 김석한(45) 사장의 별명은 "면도날".

회사가 연매출 1억달러 규모로 커진 지금은 덜 하지만 97년까지만 해도
김 사장의 조직관리는 꽤 엄격했다.

공과 사가 분명하고 생산직이든 관리직이든 업무상 잘못을 저지르면
"조인트"를 까곤 했다.

"중소기업 단계에선 하나에서 열까지 오너가 철저히 챙겨야 한다"는 것이
그의 보스경영론이다.

김 사장 스스로 원료 생산공정에서부터 관리부문까지 훤하다 보니 사원들이
업무상 허점을 보이면 그 자리에서 지적했던 것이다.

인성의 중국 칭다오공장(청도인성인조모피유한공사)은 인조모피 단일 공장
으로는 세계 최대규모.

공장 전체 종업원은 1천여명에 이른다.

초기부터 현지인 관리를 철저히 했다.

대부분 외자기업들이 현지공장에 본사 인원을 소수 배치하는데 비해 인성은
사업 초년도부터 부사장급을 포함, 30여명을 상근시켜 조직관리에 성공했던
것이다.

스포츠 티셔츠업체인 최가산업의 최원석 사장은 스포츠맨십이 몸에 밴
축구광이다.

그는 종업원 6백여명의 과테말라 공장 직원들을 카리스마 기질로서 관리하고
축구를 통해 연대하는 프로 사업가다.

그의 스포츠맨십은 사업 추진력과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목표를 향해 필사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열정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던 것.

월마트 JC페니 애디슨브러더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거래를 턴 데는 이런
배경도 한몫했다.

방글라데시 성공신화를 이룬 영원무역의 성기학 회장도 작업현장을
점검하면서 꽤 목소리를 높이는 스타일이다.

성 회장은 현지 스포츠의류 공장을 돌아볼 때면 봉제 마디마디를 살피곤
한다.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한 현지인 근로자는 즉석에서 혼이 난다.

1만5천여명의 현지인 근로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배경이다.

경동보일러도 같은 유형.

이 회사가 올들어 중국 보일러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부상한 데는 조승규
전무의 역할이 컸다.

현지법인 대표로 근무할 당시 조 전무는 현지인들에 "덩샤오핑 동지"이자
"왕 회장"으로 불렸다.

그의 독특한 카리스마 이미지와 행동력이 중국인들을 꼼짝못하게 했다.

현지 경찰조차도 "대형"으로 삼았을 정도였다.

중국말을 못하면서도 의리를 중시하는 중국인들과 돈독한 친분을 쌓았기에
그의 주변에는 늘 협조자들이 함께 했다.

다다실업 박부일 회장의 경우는 좀 다르다.

자상한 아버지 같다.

박 회장은 철저한 사원교육을 통해 직원들이 스스로 깨닫게 하고 있다.

직원들이 지식.정보지향형이 되면 업무능률은 오르게 마련이란 게 그의
지론.

때문에 그는 매일 30분이라도 직접 교육을 실시하며 사원들의 어학교육 등을
회사에서 지원해 주고 있다.

행동강령은 "매뉴얼 경영".

생산작업 동작에서부터 제품검사 등 전 과정에 걸쳐 매뉴얼을 구축, 전사원
들로 하여금 준수토록 한 것이 주효했다.

이렇게 강한 조직을 만들어 연간 1억2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최대
모자메이커가 됐다.

중국 톈진 현지법인(영한전자)을 성공시킨 김영수 케드콤 회장 역시
온건주의자다.

진출 초기 근로자들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하나씩 가르쳐가며
마찰없이 일을 진행했다.

중국인들을 관리자로 앉히고 급여를 다른 회사보다 많이 줘 근로의욕을
높이기도 했다.

한국 본사에서 파견된 10여명의 직원은 기술지도를 담당하면서 현지인들과
인간적 관계를 유지했다.

보스경영을 펼치는 경영자들은 대부분 보스기질과 온정기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때문에 함께 고생한 직원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는 물론 불우이웃 등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주고 있다.

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보스"인 것이다.

< 문병환 기자 moon@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