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의 이번 장기 공급계약은 현대반도체(구 LG반도체) 통합에 따른
일각의 우려를 씻어버리고 명실상부한 세계 1위 D램업체로 부상할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IBM이나 컴팩 등 D램 수요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대형 컴퓨터업체들은
그동안 현대반도체를 흡수합병한 현대전자가 과연 제대로 생산과 기술개발을
해낼지에 주목해왔다.

IBM 등 4개사와 맺은 이번 계약의 핵심은 이들이 "향후 5년간 필요한 D램중
일정비율을 현대전자가 책임지고 공급한다"는 점이다.

현대는 이들 기업과 그동안 3년미만 단위로 공급계약을 맺어왔으나 이번에
이를 5년으로 늘렸다.

현대전자 반도체부문 박상호 사장은 "세계적인 컴퓨터업체들이 현대와의
계약을 5년으로 늘린 것은 현대의 미래를 그만큼 밝게 보고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통상 반도체업체들은 "필요한 물량의 몇 %를 공급한다"는 조건으로 장기공급
계약을 맺고 있으며 가격은 그때그때 현물가격 등을 봐가며 조정하게 된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미국 델컴퓨터와 85억달러 규모의 TFT-LCD 공급계약을
맺을때도 같은 방식을 사용했다.

현대전자측은 반도체와 TFT-LCD 공급금액은 데이터퀘스트나 WSTS(세계반도체
무역통계기구)등 전문조사기관의 시장및 가격 전망 자료에 근거해 가장
보수적으로 산출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현대는 장기공급 계약이 성사됨에 따라 반도체와 TFT-LCD 증설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반도체의 경우 우선 보완투자와 생산 기술개발을 통해 웨이퍼 1장당 D램
생산량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메모리 홀 구조를 개선해 반도체 칩 크기를 40%정도 줄여 웨이퍼 한장당
생산 칩 개수를 70%가량 늘린 IMC 기술을 생산라인에 적용, 별도의 신규투자
없이 생산량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2001년 이후엔 12인치 웨이퍼 공장 설립도 추진한다.

이와함께 CPU(중앙연산처리장치)종류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사용가능한
자바칩, 동영상 화면에 필수적인 MPEG(동영상전문가그룹)칩, 고속 메모리인
DDR(더블데이터레이트)램 등 차세대 제품 시장 선점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TFT-LCD는 현재 시험가동중인 제3라인을 조기에 가동할 방침이다.

이 라인이 가동에 들어가면 생산능력은 현재의 연 50만장(14.1인치 기준)
에서 2000년 1백80만장으로 늘게 된다.

2001년엔 3백만장으로 확장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공장증설이 끝나면 현대전자는 세계 5위 TFT-LCD업체가 된다.

TFT-LCD 사업분야는 조만간 외자를 유치한다.

이번 계약 체결로 현대전자는 내년부터 안정적인 흑자기조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D램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과 제조원가 하락에 힘입어
손익상황이 크게 호전됐다고 밝혔다.

지난 상반기 1천2백50억원의 적자가 연간으로 2천억~3천억원의 흑자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되며 통합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부터는 대규모 흑자 기조가 정착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전자는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정부 가이드라인인 2백%이내로 낮출
계획이다.

유상증자(2조원이상), 보유 유가증권 매각(3천5백억~4천억원), 부동산 매각
(1천억원), 외자유치 등의 방법이 동원된다.

만약 필요하다면 자사주(5천1백만주)중 일부(3천억~4천억원규모)도
매각한다는 복안도 갖고있다.

재무를 담당하는 장동국 부사장은 "자사주 매각없이도 충분히 2백%달성은
가능할 것"이라며 "내년쯤이면 재무구조도 우량한 명실상부한 세계 일류기업
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강현철 기자 hc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