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흔히 던지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떤 업종이
유망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그런 업종은 없다.

남들이 보기에 번듯한 사업은 자본력과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경영능력
이 따라야 하고 소자본으로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업종은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해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다.

또 사이버 비즈니스는 성공 가능성이 너무 낮다.

이런 상황속에서 예비창업자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기존 업종의
버전업이다.

도입된지 오래돼 쇠퇴기에 들어선 업종에 새로운 운영방식이나 부가서비스를
도입해 한차원 업그레이드시킨 사업을 해보는 것이다.

이처럼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아이템으로는 노래방 게임센터 철물점 반찬가게
문구점 신발가게 등이 있다.

버전업은 사양업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급격하게 변화되는 유통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장사가 잘 되는 가게라도
버전업이 필요하다.

적어도 3개월 주기로 점포의 체질을 강화하는 버전업 프로그램을 발동시켜야
한다.

다음은 버전업사례 몇가지를 소개한다.


<> 공상과학영화 세트장처럼 꾸민 노래방

데몰리션 노래방은 로비와 방안, 벽을 온통 외계인과 공룡을 연상시키는
조형물로 꾸몄다.

노래방 룸은 영화 에이리언에 나오는 알집 모양으로 만들었다.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다보니 기존의 사각형 노래방 룸에 익숙한 소비자
에게는 가히 충격이라 할 만큼 신선하다.

독특한 옷과 완장을 차고 서비스하는 직원들도 다른 노래방에선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다.

데몰리션은 이처럼 독특한 컨셉트 도입으로 불과 1년여만에 체인점 수를
1백50개 이상으로 늘렸다.

데몰리션은 일본의 테마 노래방과 유사하다.

테마 노래방의 경우 1번룸은 나이트클럽룸, 2번룸은 나도 가수룸, 3번룸은
DDR룸, 4번룸은 블루스룸,5번룸은 다이어트룸 등으로 방마다 특화돼 있다.

나이트클럽룸에 들어가면 진짜 나이트 클럽을 연상시키는 사이키델릭 조명과
현란한 춤이 펼쳐지는 대형 화면, 귀청을 찢을 듯한 강력한 사운드, 단풍나무
바닥 등이 손님을 반긴다.

데몰리션처럼 노래방을 개조하려면 인테리어비가 평당 1백20만~1백50만원
가량 들고 노래방 기기도 대당 2백만~2백10만원에 구입해야 한다.


<> 신개념 만화가게

만화방 역시 사양업종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만화=불량서적, 만화가게=어둡고 칙칙한 곳, 고객=불량학생" 등으로
인식되던 부정적 이미지탓에 경영자 본인도 떳떳하게 나는 만화가게 주인
이라는 말을 못했었다.

그러나 만화는 더이상 음지에서 자라는 문화상품이 아니다.

일간지 등 주요 인쇄매체에서 주 1회이상 만화 특집기사를 실을 정도로
만화는 이제 보편적인 문화상품이 됐다.

이런 인식의 변화속에 만화가게 역시 노래방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다면 유망업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우선 시설면에서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한다.

카페 수준의 테이블과 의자를 갖다놓는다.

그리고 환기시설도 평수의 1.5배 정도의 가동력이 있는 것으로 바꾼다.

식사나 음료수를 먹을 수 있도록 공간을 재배치한다.

직장인을 위해 컴퓨터와 팩스, 휴대전화 충전기도 설치한다.

이같은 변화는 고객을 다시 불러들이기에 충분하다.


<> 철물 편의점

철물점은 오래된 업종중 하나지만 유통구조가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일부 상품의 경우 마진율이 최고 1백%에 이르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대목도
많다.

매장의 인테리어나 디스플레이는 70년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소비자가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여지도 거의 없다.

이런 열악한 환경 때문에 소비자들은 동네 철물점보다는 전문상가나 할인점
을 이용하는 추세다.

그러나 집수리를 할 때 당장 필요한 품목을 멀리 가서 사는 것은 일의
능률이나 시간적 측면에서 대단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철물 편의점은 이런 불합리한 점에 착안, 등장한 철물점의 업그레이드
업종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반 편의점과 흡사하다고 보면 된다.

취급 상품은 철물을 비롯 전기재료 조립가구 카액세서리 등으로 다양하다.

판매가격은 일반 철물점보다 20% 가량 싸다는 것이 관계자의 얘기다.

대표적인 철물편의점으로는 "못과 망치"라는 체인점이 있다.

창업비용(20평기준, 임차비 별도)은 5천만원선이다.

철물점을 운영하면서 상권내 주택이나 점포의 인테리어공사를 수주할 수
있다.

본사에 인테리어 사업부가 있기 때문이다.

수주만 받아오면 공사 이익금의 70%를 점주의 몫으로 배당한다.

< 서명림 기자 mr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