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제 서울대 미대 교수


"앞서가는 코끼리"

조영제(65) 서울대 미대 디자인학부 교수를 가리키는 애칭이다.

여기에는 디자인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던 지난 5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디자인의 발전을 위해 갖은 어려움을 "맨 앞에서" 당당히 막아줬던 "듬직한
바람막이" 조 교수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배어있다.

10일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디자인 공로자 부문 최고의 영예인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한 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

조 교수의 경력만 살펴봐도 한국 디자인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즉 <>72년 한국시각디자인협회(KSVD) 창립 <>73년 국내 최초의 디자인연구실
CDR 설립 <>74년 국내 처음으로 동양맥주의 CI(Corporate Identity) 디자인
개발 <>87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그래픽디자인단체협의회(ICOGRADA) 이사로
피선 등.

그에게는 언제나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훌륭한 디자이너는 언제나 남보다 한발 앞서가야 합니다. 소비자의 기호에
수동적으로 끌려가기보다는 트렌드를 미리 읽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지요. 항상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노력과 도전의식이 없다면
디자이너라 할 수 없겠지요"

디자인이 단지 제품을 알아보는 데 필요한 장식에 불과하고 디자이너가 단순
기능공쯤으로 취급받던 시대를 몸소 겪은 때문인지 조 교수가 디자이너에게
바라는 요구사항은 사뭇 엄격해보인다.

지난 58년 서울대 미대 응용미술과(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화신산업(신신
백화점) 선전주임과 조흥은행 디자이너로 6년 가량 근무하면서 그는 당시
상업예술의 세계와 디자인에 대한 사회의 열악한 인식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당시의 경험 덕분에 산업과 디자인 사이의 상관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65년부터 지금까지 34년간 줄곧 대학 강단에 몸담고 있었지만 업계와
학계간에 균형적인 시각을 갖출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는 것.

조 교수는 산업일선에 있는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끊임없이 애썼다.

지난 71년 신세계백화점의 디자인 자문위원직 역임을 시작으로 대우기획
조정실 디자인고문(76~83년) 대우전자 디자인고문(83~91년) 제일기획 자문
위원(85~95년) 등 기업의 디자인 도입과 활용에 많은 노하우를 제공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산업계에 그가 끼친 대표적인 영향력은 바로 CI디자인
에서 찾을 수 있다.

조 교수는 디자인이야말로 정보 전달의 중요한 도구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휴먼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디자인을 활용한 전략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한국의 최고
경영자에게 심어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가 개발한 CI디자인은 74년 동양맥주를 출발로 신세계백화점
제일모직 제일제당 한국산업은행 삼성중공업 현대건설 아남그룹 등 모두
35개.

이밖에 맥스웰(동서식품) TIME(한섬) LEFEE(코오롱상사) 등 25개의 BI(Brand
Identity) 디자인도 개발했다.

조 교수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많은 국내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이바지했고 새로운 기업 문화를 창조하는데 도움을 줬다.

그는 지난 83년부터 6년간 "88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 디자인 전문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올림픽 공식 포스터와 스포츠 포스터 27점과 기타 디자인요소
개발의 지휘를 맡기도 했다.

서울올림픽 디자인 자문활동으로 우리 사회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발전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또 93년 대전엑스포 박람회 조직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돼 각종 디자인
개발을 위해 자문.심사활동을 펼쳤다.

이런 일련의 행사에서 조 교수가 염두에 둔 것은 단 한 가지.

바로 이벤트 컨셉트를 잡아 이를 형상화해 모든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

"화합 전진 다양화 개성화... 이런 슬로건만 내걸어서는 무의미합니다.
디자인은 머리속에 담겨있는 "이상"을 "현실"로 끄집어 내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작업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디자인은 언제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행동하지 않는 디자인이란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그는 앞으로 한국 디자이너들이 국제전시회 등에 적극 참가해 한국의 역량을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정보통신사회를 맞아 매체가 다양해짐에 따라 각 분야에서 심도있는
역량을 지닌 전문가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만이 물질적 삶뿐 아니라 정신적 생활까지 윤택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디자인의 고유한 기능이 충분히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
했다.

< 이방실 기자 smile@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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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제 교수가 걸어온 길

=<>1935년 서울 출생
<>경기고, 서울대 미대 졸업
<>65년 이후 서울대 미대 교수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 디자인전문위원장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장
<>저서:조영제의 그래픽 세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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