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수 < 한국증권연 연구위원 >

최근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각 증권사와 언론매체들은 이러한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주식시장에 대한
시황분석 자료를 시시각각 제공하고 있다.

정보에 목 말라하는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선 매우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정보가 객관적인 신뢰성을 갖지 못해 가끔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미국 주가 및 외국인 매매 동향이 그 중 하나다.

주식시장 분석가들이 시황을 분석할 때 가장 많이 인용하는 정보 가운데
중요한 것이 미국 주가의 등락과 외국인 매매 동향이다.

그들은 어제의 미국 주가 움직임과 외국인 매매 동향에 의해 한국 주가가
크게 영향을 받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주식시장이 개방되면서 미국 주가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고 외국인 선호 종목의 주가 상승이 크기도 했다.

그러면 과연 미국 주가 자체가 한국 주식시장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또 외국인의 매매에 의해 국내 주가의 등락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객관적 분석이 선행돼야 하므로 관련 자료를 이용한 통계
분석으로부터 얻어진 결과를 갖고 따져보자.

첫째, 과연 미국 주가가 국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까 하는 질문이다.

한.미 주가 수익률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지난 97년부터 상관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절대적 수치로 봐서는 주가의 상관관계가 그리 높다고 볼 수는 없는
수준이다.

미국 주가의 영향력을 검증하는 통계적 분석에 의할 경우 그 설명력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미국 주가 자체의 움직임이 국내에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그리 크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최근 증권사나 언론매체를 통한 시황분석 정보가 미국 주가의
영향력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침소봉대한다는 느낌이 든다.

둘째, 미국 주가는 상승할 때보다 하락하는 경우 국내 주가에 영향을 더
많이 미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경제 및 주식시장의 불확실성 증가와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겹치면서 비관적 증시 분석가들에 의해 제기됐던 주장으로 보인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 주식시장을 상승했을 때와 하락했을 때로 나누어
국내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미국 주가의 영향은 상승 및 하락과 관계없음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흔히 미국 주가의 하락시에만 국내 주가가 영향을 받는다는 항간의
믿음은 잘못됐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과연 매일 매일의 외국인 매매 동향이 국내 증시를 선도하는가
이다.

통계적 결과에 의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가 국내 주가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MF사태 이후에는 더욱 그러했다.

이는 외국인도 주식시장의 일원으로서 기관이나 개인들과 경쟁적 관계에
있을 뿐이지 상대적으로 우월성을 지닌 주체는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한편으론 국내 주식시장도 이제는 정치.경제적 이유 없이 누군가에 의해서
인위적 주가 조작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외국인 투자자의 역할을 무시해도 좋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매일 매일의 외국인 순매수 동향이 우리 증시의 등락을
결정한다는 생각에는 과학적 근거가 희박했음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매일 매일의 외국인 매매 동향을 주시할 필요는 있지만 투자 의사
결정에 있어서 그들에 의해 좌지우지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미 국내 주식시장에서 미국 주가의 흐름이나 외국인의 매매 동향이 간과될
수 없는 투자 정보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 주가 및 외국인 매매 동향의 저변에 깔려있는
정확한 원인 분석에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국내 주식시장 시황을 분석할 때 단순히 미국 주가 자체의 움직임보다는
국내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의 경제적 요인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또는 전자산업에 있어서는 미국 전자산업
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으므로 미국 경제와 전자산업에 대한 요인 분석이
필요하다.

또 외국인의 순매도가 증가했다면 왜 그렇게 됐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표면적인 순매도 자체가 중요성을 갖지는 못한다.

이제부터야말로 정치.경제적 요인을 기반으로 하여 기본적 가치에 충실한
주가 분석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막연한 심리적 요인에 의존하는 분석보다는 정확한 시장 상황의 원인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 kks1201@chollian.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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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연세대 경영학과
<>KAIST 경영과학 석.박사
<>저서:신증권투자론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