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Atom) 단위의 로봇이 가능할까.

미국 IBM은 실험적인 미래기술 연구로 유명한 기업이다.

가령 "피자를 팩시밀리로 전송하는 기술"과 같이 상상밖의 영역까지 연구를
진행중이다.

이 회사가 최근 또 하나의 신기한 연구에 도전장을 냈다.

다름아닌 "원자 로봇"이다.

IBM의 제안은 아주 구체적이다.

"크세논(원소기호 Xe)" 원자를 이용해 1비트의 정보를 원자 단위로 저장
하는 방식을 내놓은 것이다.

1개의 원자에 1비트의 정보를 저장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최고의 저장밀도
이다.

원자 하나의 크기는 불과 1백20억분의 1인치 정도이다.

만약 IBM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동전 하나 크기에 무려 10만기가바이트(GB)의
엄청난 정보를 저장하게 된다.

IBM은 이 원자 로봇은 전자 현미경으로 통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 89년 자연상태의 개별적인 크세논 원자를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늦어도 2010년까지는 원자 로봇을 실현시킨다는 계획이다.

IBM은 원자 로봇이 나오면 인공으로 인체 세포를 만들어 손상된 부위를
대체하는 등 20세기의 과학으로는 불가능한 여러가지 일들을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21세기 기술은 소형화.집적화의 극한수준까지 도전한다.

굳이 원자단위가 아니더라도 마이크로미터(1백만분의 1미터) 수준의 미세한
기계가 보편화돼 생활 곳곳에 파고든다.

모래알보다 작은 기계가 세상을 움직이는 이른바 "나노 테크놀로지"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 새로운 기계혁명

나노 테크놀로지 시대를 이끌 주역은 "마이크로 머신"이다.

마이크로 머신은 반도체공정기술과 기계적인 가공기술을 조합해 수
마이크로미터(1백만분의 1m)에서부터 수mm 크기에 이르는 초소형 구조물을
만드는 기계을 말한다.

크기는 미세하지만 매우 정확하게 움직이고 고난도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
지능 로봇으로도 불린다.

이 로봇은 일정한 임무만 입력시키면 사람의 별도 지시 없이도 특정업무를
자체적으로 해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로 머신이 21세기 초 상용화돼 기존의 기술체계를 완전히
뒤바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의 기계는 주로 인간이 할수 있는 일만을 대체했다.

이에 비해 미래에 등장할 마이크로 머신은 인간의 손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수행한다.

여기에다 인간의 두뇌 역할까지 기계가 대신하게 된다.

따라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술 영역이 속속 등장하게 된다.

예를들어 원자 단위의 극미세한 물건을 만드는 방법이 실용화된다.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부분이다.

한국기계연구원의 윤경구 박사는 "마이크로 머신이 일상생활에 적용될 경우
기술및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상상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 나노세계의 주인공들

나노세계가 만들어낼 첫번째 작품은 바로 마이크로 로봇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1세기초 나노기술이 완성되면 원자 단위의 마이크로
로봇까지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것이 인체에 쓰일 경우 혈액안으로 들어가 성분을 분석해 낸다거나
심지어 고장난 세포까지 수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원자 단위가 아니더라도 잠수함을 닮은 초미니 로봇이 몸속에 침투한
병원균을 죽이고 조직 손상을 복구시키는가 하면 암을 일으키는 DNA의
돌연변이를 번복시키기까지 한다.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의 3분의 2에 불과한 초미니 모터와 엔진을 단 쌀한톨
크기의 자동차도 등장한다.

이 마이크로 자동차는 기존의 기계가 접근할 수 없는 미세한 공간에까지
들어가 주어진 과제를 완수해 내게 된다.

태풍 한가운데로 날아가 풍속과 이동속도를 정확히 측정해 내는 마이크로
비행체나 땅속 깊은 곳에 들어가 지진의 발생을 탐지해 내는 마이크로
머신도 실용화된다.

이쯤되면 태풍 지진 등 자연재해를 사전에 정확히 예측해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을 수 있게 된다.

이밖에 암환자의 몸속에 치료약을 넣어 주는데 사용할 1mm 폭의 마이크로
펌프, 원전시설내 규격 10mm 이하의 미세관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면서 이상
유무를 감지하는 마이크로 캡슐도 등장한다.

미국 조지 워싱턴대학 저명한 미래학자 45명이 최근 내놓은 "뉴 밀레니엄
테크놀로지" 보고서는 2015년에 마이크로 머신 기술이 완성돼 마이크로
로봇, 마이크로 캡슐 등 관련 성과가 잇따라 등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미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초소형 정밀기계(MEMS)를 미래과학 연구의
한 테마로 설정해 연간 수억달러씩 투자하고 있다.

<> 나노기술의 재앙

"한 과학자가 마이크로 로봇을 만들었다. 이 로봇은 단백질 성분이 들어
있어 자기복제 능력이 있다. 마이크로 로봇은 우연히 과학자의 상처난 신체
부위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간다. 로봇은 세포증식처럼 무수히 불어나 과학자
의 몸속 세포를 파괴하고 과학자는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최근 국내 한 과학자가 마이크로머신을 소재로 쓴 과학소설 "워투웜(War to
Warm)"의 줄거리이다.

이 소설은 나노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실제 나노기술로 인한 우려는 멀지않은 미래에 현실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예컨대 나노로봇들이 슈퍼무기를 생산하면서 탱크나 지대공 미사일을 빠른
속도로 만들어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주병권 박사는 "마이크로 머신도 인류에겐 또
다른 혜택을 주지만 잘못 쓰일 경우 엄청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정종태 기자 jtchu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