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우그룹의 부실내용을 공개하는 것과 동시에 수십조원이 투입되는
시장안정 대책을 종합 발표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2중,3중의 자금수급 대책도 시장불안을 잠재우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우문제와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판단과 평가는 이제 전적으로 투자자들의
몫으로 넘어갔다고 하겠다.

마침 증권시장의 주가흐름이나 금리 움직임도 눈에띄게 안정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지난 7월 이후 우리경제를 짓눌러왔던 "11월 대란설"은
이로써 무난히 극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오는 10일부터 시작되는 공사채형 환매 요구가 실제로 어느 정도에
이를지 아직 미지수이고 금리 역시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환매요구가 10조원을 넘어서고 증권시장 외부로 급속히 이탈하게 된다면
금융시장에 다시 주름살이 나타날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주)대우등 대우그룹 워크아웃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채권안정기금이 수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한국은행까지 나서야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국은 시시각각 시장동향을 체크하고 기동성있는 대응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단기적인 시장안정에 성공할 것이냐는 문제와는 별도로
금융시장대책이 반드시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의 국유화"같은 패턴으로
진행되어야 옳은 것인가 하는 또다른 문제는 남아있다고 본다.

따지고 들면 실적 배당상품인 수익증권을 80%, 95%등으로 "보장"하는 것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하겠지만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법으로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을 사실상 국유화해버리는 것은 증권시장의 위험을 정부의 위험으로
전가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다.

투자신탁회사를 해외에 매각한다는 발상은 더욱 위험하다.

"상장기업들의 지주회사"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한 투자기관을 해외에
매각하는 것은 한두개 기업의 소유권을 외국인에게 넘기는 것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문제다.

"국유화-해외매각"이라는 도식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당국은
인식해주기 바란다.

투신사의 부실내역이 이미 드러난 만큼 채권 싯가평가등 투신사 경영개혁도
조기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신을 투자기관이 아닌 금융기관처럼 만들어 놓는다면 증권가격의 등락에
따라 고객이 감당해야할 손실을 또 공적자금으로 해결하는 잘못된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어떻든 당국으로서는 수십조원의 자금을 쏟아붓는 이번 대책이 내년 이후
에는 거시경제 관리에도 상당한 장애를 조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사후관리에 나서주길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