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하늘에 유성우(별똥별이 쏟아지는 현상)가 내리는 우주쇼가 올해
에는 장관을 연출할 수 있을까.

지난해 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사자자리 유성우가
오는 18일엔 새벽 동쪽 하늘에서 화려한 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작년에는 시간당 최고 1백80개의 유성만이 관측됐었다.

시간당 수백~수천개의 유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갔던 것이다.

<> 다시 한번 기대해 볼만 하다 =올해 우주쇼의 주연을 맡을 것으로 예상
되는 사자자리 유성우는 사실 매년 등장해 왔다.

템펠-터틀 혜성이 지나갔던 자리를 지구가 통과할때 나타난다.

시기는 11월14~20일로 시간당 10~15개의 유성이 출현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타원 궤도를 따라 태양주위를 도는 템펠-터틀혜상이 지구가 지나가는 길
(공전궤도)을 33.2년마다 통과하는데 지난해 10월20일이 그 날이었다.

유성을 만드는 알갱이인 혜성 부스러기(얼음과 먼지 등)가 부쩍 늘어난
것이다.

우주쇼를 기대케 하는 배경이다.

지구가 이 곳을 지날때인 11월 중순께 유성체는 중력에 의해 대기권으로
빨려든다.

이어 초속 11~17km의 속도로 대기중의 공기와 부딪쳐 불꽃을 내며 타는
것이다.

별똥별의 탄생이다.

작년에는 태양풍 등의 영향으로 화려한 쇼가 열리지 못했다.

천문학자 조 라오 박사는 천문전문지 스카이&텔레스코프에서 "혜성이
통과한 날과 지구가 그 지점을 지나는 날의 차이가 평균 6백여일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올해 화려한 우주쇼를 기대할 만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실제 65년 템펠-터틀 혜성이 지구공전 궤도를 지난 후 그해에 엄청난
별똥별 잔치가 예상됐으나 진짜 쇼는 다음해에 펼쳐졌었다.

유성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거은 혜성이 태양 옆을 지나간지 1~2년간으로
한정된다.

<> 가을밤 별자리 여행을 떠나자 =사자자리 유성우가 쇼를 연출하지 않아도
실망할 일은 아니다.

이태형 천문우주기획 대표는 "가을은 한국의 하늘이 가장 맑은 계절이어서
별자리 여행가기 가장 좋은 때"라고 말했다.

별자리를 부를때 흔히 어느 계절의 별자리라고 하는데 그 계절의 한밤중에
보이는 별자리를 뜻한다.

가을의 저녁하늘에서는 여름철 별자리가 잘 보이고, 한 밤중에는 가을철
별자리, 새벽이 가까워지면 겨울철 별자리가 하늘의 중심을 차지한다.

가을의 저녁하늘 머리 위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직녀다.

그 남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빛나는 별은 견우.

시골에서는 두 별 사이에서 은하수를 볼 수 있다.

직녀와 견우이외에 그들 동쪽에 또 다른 밝은별이 있다.

백조자리의 으뜸별 데네브(꼬리라는 뜻)다.

3개의 별은 직녀를 중심으로 커다란 직각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밤이 깊어가면서 머리 위에는 밝은 4개의 별이 커다란 사각형 모양으로
놓여 있는 것이 보인다.

페가수스자리다.

가을의 말답게 매우 살찐 큰 별자리다.

가을의 다른 별자리를 찾는데 길잡이 역할을 한다.

특히 올가을은 목성과 토성의 계절이다.

페가수스의 동쪽으로 가장 밝게 보이는 것이 목성이며, 바로 옆에 보이는게
토성이다.

페가수스 남쪽의 가을 하늘은 물과 관련된 별자리(바다염소자리, 물병자리,
고래자리)들로 채워져 있다.

이 곳에 물과 관련된 별자리가 있는 것은 이 곳이 고대 그리스의 해안에서
보았을때 지중해에 맞닿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 우주쇼를 보려면 =올해 18일은 작년과 달리 달의 영향이 있다.

하지만 상현달이기 때문에 유성이 많이 나타나는 자정이후에는 달의 영향을
벗어나 이날 새벽 1시부터 5시40분까지 유성우를 볼 수 있다.

북두칠성을 중심으로 북극성 반대편에 사자자리가 있다.

사자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별들 사이에서 유성우가 등장한다.

유성우는 비가 내리듯이 평행하게 떨어지지만 한점에서 사방으로 퍼지는
것처럼 보인다.

평행한 철로 한가운데서 철로 끝을 바라보면 멀리 한 지점에서 만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올해 사자자리 유성우는 서부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에서 최대의 쇼를 연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주쇼를 결정짓는 열쇠는 사실 날씨다.

이것은 하늘에 맡기고 준비물을 챙겨보자.

먼저 장소가 중요하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불빛이 없는 탁트인 장소가 제격이다.

도시 근교는 가로등과 건물 불빛 등으로 인해 하늘 자체가 밝기 때문에
어두운 유성에겐 치명적이다.

관측시간이 새벽인 점을 감안해 두툼한 옷차림은 필수다.

두꺼운 담요를 준비하면 더 좋다.

망원경은 필요없다.

육안으로도 잘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야가 제한되는 단점이 있다.

맨눈으로 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면 시골집이나 산사 등을 배경으로 유성우
사진을 찍는 것도 방법이다.

이태형 대표는 "유성 사진의 경우 노출 시간은 10분에서 15분 정도가 적당
하고 어두운 장소라면 30분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적당한 카메라는 B셔터(셔터 단추를 누르고 있는 동안 열려이는 셔터) 또는
T셔터(셔터 단추를 한번 누르면 열리고 다시 한번 누르면 닫히는 셔터)가
달린 수동카메라.

셔터를 열고 닫을 때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게 하는 케이블 릴리이즈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필름은 유성의 빠른속도를 감안해 어두운 대상에 맞는 고감도 필름이어야
한다.

배경 하늘의 밝기에 따라 ASA 4백~1천6백 사이의 감도를 갖고 입자가 고운
필름을 고르면 된다.

< 오광진 기자 kjo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