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취업전선이 싸늘하다.

경기가 회복세를 타고 있으나 구조조정에 휘말린 공기업들은 여전히
신규채용 계획을 세울 엄두를 못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등 일부와 공무원조직에 가까운 금융감독원만이 구체적인
채용계획을 수립했을 뿐이다.

나머지 공기업들은 정부방침이 세워지면 추후 대졸 인턴사원을 뽑은 뒤
정규직원으로 전환할 것을 검토중이다.

따라서 공기업에 들어가려는 취업준비생들은 일단 다른 직종에 문을 두드린
뒤 채용기회를 기다리는 게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본사 홍보실에서 근무하는 송원(여.26)씨.

그는 우여곡절 끝에 공기업에 입사한 사례다.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92학번인 그는 96년2월 졸업후 뉴스전문유선TV인
YTN에 뉴스PD로 들어갔다.

다큐멘터리 제작일을 하면서 학창시절 준비했던 기자가 되고 싶어 YTN을
1년만에 그만뒀다.

언론사를 준비하던 중 남녀차별이 없는 공기업에 문을 두드렸다.

97년12월 한전 입사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시험과목에 언론사와 비슷한 토익과 상식이 있는데다 경제.경영학 공부를
준비한 게 도움이 됐다.

특히 남녀차별이 없는 것은 여느 취업문에 비해 유리했다.

그러나 97년말 IMF체제로 구조조정 회오리가 몰아치면서 그의 취업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한전이 신입사원을 합격시켜 놓고 인원감축에 들어가는 바람에 채용발령을
무기한 연기한 것.

결국 장영식 전 한전사장이 이례적으로 여자를 남자보다 6개월이상 먼저
발령내는 덕분에 그는 98년6월 입사했다.

송씨는 현재 한전 홍보실에서 언론홍보용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등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다.

입사2년차 연봉은 1천7백만원.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송씨는 "일반 기업체는 면접을 중요시하는 데 비해 공기업은 필기시험이
당락을 좌우한다"며 "여성이나 지방대 졸업생에게 정부투자기관은 상대적으로
취업이 유리한 직장"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기업은 취업기회가 공평한데다 근무강도나 복지제도면에서 일반
기업체 수준보다 양호하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 공기업의 신규직원 채용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한국가스공사(0342-710-0014)만이 올해중 약간명을 뽑을 예정이다.

또 은행감독원 등 4개 금융감독기관이 통합된 금융감독원은 10월중 50명의
신규직원을 공개채용하고 있다.

대상은 상경.법학계열을 전공(부전공)한 대학(대학원) 졸업예정자나 졸업자
로 75년 이후 출생자다.

자세한 사항은 금감원 홈페이지(www.fss.or.kr)를 참고하면 된다.

이밖에 한국토지공사가 지난 8월 공채를 통해 40명을 채용했을 뿐이다.

포항제철은 올 여름 인턴실습 과정을 거쳐 지난달 63명을 채용했으나 가을
공채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97년말 입사시험 합격자 3백92명을 지난 4월에야 입사시킨 한전은 전력산업
개편 등으로 현재 인력도 축소해야 하기 때문에 공채 여력이 없는 상태다.

한국석유공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공채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작년말과 올 상반기 소수의 인턴사원을 채용했던 주택공사 도로공사
담배인삼공사 등도 올 가을 별도 채용방침을 갖고 있지 않다.

공기업 인사 관계자는 "공기업 대부분이 인력을 줄여야 하는데다 필요한
최소 인력마저 인턴 과정을 거쳐 뽑았기 때문에 올 가을 공기업 공채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공기업에 취직하려는 사람들은 일단 공기업에 인턴사원으로 들어간
뒤 정규직 전환을 노리는 게 좋다.

지난 95년부터 공개 채용을 중단해온 포철의 경우 추천을 통해 올해 1백명
가량의 인턴사원을 선발했다.

포철은 이들에 대해 내년 2월말이나 3월초부터 1년동안 계약직으로 업무를
보게 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한국전력은 지난 97년 공채합격자중 미발령자 4백12명에 대해
올해 정식 발령을 냈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사기업과 달리 공기업은 계약 만료된 인턴사원을
퇴직시키기 어렵다"며 "공기업에 취직하려는 준비생들은 일단 인턴직원
채용을 기다려보는 게 낫다"고 말했다.

공기업은 한때 안정적인 최고의 직장으로 불렸다.

그러나 공기업이 최근 사기업 못지 않게 경영혁신을 추진하면서 공기업에
대한 직업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직업을 선택할 때 이같은 추세를 고려해야 한다고 공기업 종사자들은
조언했다.

< 정구학 기자 cg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