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브랜드를 대표하는 질 샌더는 절제와 순수의 창조자, 미니멀리즘의
선두주자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단순하면서도 단순하지 않은 옷, 많은 장식 없이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질 샌더의 컬렉션은 상류층과 패션 리더사이에서 가장 현대적인 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장 많은 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가장 적은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철학아래 자신만의 현대적 미의 세계를 구축해온 질샌더 컨셉트는 실용성과
우아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독일 여성들의 취향과 일치했으며 세계무대에서도
격찬을 받았다.

하이 웨이스트의 좁은 칼라, 피트 재킷과 슬림한 팬츠의 매치, 장식을 달지
않은 심플한 라인의 원피스나 가디건에 폭넓은 팬츠를 입어 편안해 보이는
샌더룩은 쇼를 위한 의상이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현실적인 의상으로
상업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브랜드의 패션철학을 집약한 디자인인 미니멀한 수트는 90년대 후반
패션 유행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한 슈퍼 아이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디자이너 질샌더는 1943년 독일의 작은 해안 도시에서 태어나 함부르크의
중상류층 가정에서 성장했다.

1961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동안 대학에서 섬유공학을 공부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앤젤레스 UCLA에서 수업한 그는 첫번째 직업으로
패션기자를 선택했다.

1965년 뉴욕의 여성지 맥컬스의 패션기자로 일했고 함부르크로 돌아와
콘스탄제, 페트라 등의 잡지사의 패션에디터로 근무했다.

질 샌더가 지금과 같은 디자이너로서의 발을 내디딘 때는 1968년.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25세의 그는 포셀도르프에서 브랜드를
런칭했다.

5년후 이탈리아에서 질 샌더라는 이름으로 첫번째 컬렉션을 선보이며 국제
무대에 데뷔했고 82년에는 린넨 사무국에서 금사자상을 수상하며 명성을
쌓았다.

또 79년 화장품, 84년 가죽제품과 안경, 그리고 가장 최근인 97년도의
남성복 런칭까지 자신의 패션영역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질 샌더는 "패션의 가치는 고객이 옷을 통해 편안함과 순수함을 느끼는 것"
이라고 항상 주장한다.

그의 주장대로 질 샌더 브랜드는 패션리더중에서도 앵커우먼 기자 영화배우
등 가장 활동적인 직업의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질 샌더 매니아 그룹을 이루고 있는 캐리어 우먼들은 매시즌 이 브랜드에서
발표되는 깨끗하고 샤프하며 모던한 감각의 옷에 환호를 보낸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질 샌더가 현대적인 패션의 대표주자로 인정받는 이유에
대해 형식의 급격한 파괴보다는 소재의 독창성과 센스있는 실루엣 변형으로
패션계의 발전을 이끌어 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외형은 평범한 원피스 드레스지만 얇은 트레이싱지 같은 엘라스틱 레이온
소재로 사이버한 느낌을 주거나 고무 코팅된 개버딘으로 점퍼를 만드는 등
질 샌더의 소재 개발은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