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덕영 < 기술표준원장 >

인터넷을 따라 들어가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현재 가치가 나온다.

자산가치는 3백71억달러인데 시장의 주식가치는 4천4백38억달러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과 지식의 가치가 눈에 보이는 자산가치의 10배가
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술로 성공하고 있는 한국의 예를 들어보자.

경남 김해에 자리한 동남기업은 선박용 유압 크레인을 개발해 지난 97년
1월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노르웨이의 노르리프트나 스웨덴의 하그룬드 등 유명한 회사가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바람에 국내 조선업체로부터도 외면당하는 어려움
을 겪었다.

그러던중 지난해 6월 우수자본재(EM) 인증을 받았다.

또 국내 조선회사의 협력업체로 인정받으면서 판매가 60% 늘고 수출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생산 전량을 수출하면서 세계 시장의 15%를 차지하게 됐다.

오펙엔지니어링은 지난 97년 방전가공용 전극선을 개발했다.

그러나 독일 베르겐호프사가 세계시장의 70~80%를 석권하고 있는 바람에
해외시장 개척에 무진 애를 먹었다.

지난해 9월 신기술(NT) 인증으로 국내 수요자들을 설득했다.

덕분에 올해는 수백만달러의 수출시장을 열었다.

그리고는 베르겐호프와 겨루는데도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 9월 다우측기는 콘크리트 강도측정기를 개발하고 신기술인증을
받았다.

이에 따라 건설된 교량과 건물의 부실여부나 건설중인 토목건축물의 부실을
쉽게 확인하는 길을 열었다.

한국경제는 수출이 증가할수록 기계 부품 소재 등의 수입이 덩달아 증가
하는 수입유발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자본재 무역은 항상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그동안 압축성장 과정에서 대기업 위주의 조립산업이 위세를 떨치면서
핵심부품.소재 전문기업이 자라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술력에 관한 한국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기술개발력에서 미국의 6~7%, 핵심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50%, 제조업의
매출액 대비 기술개발 투자율은 2.6% 수준이다.

선진국에 비해 매우 미흡한데다 상위 대기업에 편중돼 있는 실정.

산업계 전반으로 기술개발 효과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애써 개발했으나 성능과 품질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 기업이 자라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자본재산업 육성대책의 하나로 "신기술 실용화사업"을 추진해 국내
최초 기술에 대해서는 NT(New Technology) 인증, 외국산에 비해 성능.품질이
손색없으면서 다른 국내 제품보다 우수한 자본재에 대해서는 EM(Excellent
Machine, Mechanism, Material) 인증, 좋은 재활용기술 제품에 대해서는 GR
(Good Recycled) 인증을 주고 있다.

그동안 NT 2백83건, EM 5백53건, GR 71건을 인증했다.

해당 제품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에 의한 우선구매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 <>신용보증에서의 우대 <>벤처기업 지정 및 하자보증시 우대 <>제품
전시회 개최 및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을 통한 마케팅 지원 등 실용화 상업화
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병행해 왔다.

올해초 시행한 인증제도의 실효성 평가에서 신기술인증 제품은 IMF 관리
체제하에 경영여건이 극도로 나빴던 지난해에도 매출이 30% 증가하고 수출은
90%나 늘어났다.

기술력이 곧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WTO체제 아래에서는 세계시장이 통합된다.

지식과 기술이 가치창출의 원천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처럼 경제운용 패러다임이 바뀌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신기술 실용화
촉진대회가 기술력 도약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dougjoo@ats.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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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

<> 서울대 기계공학과
<> 중앙대 경영학박사
<> 상공자원부 기계공업국장
<> 통상산업부 주미 상무참사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