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을 맞아 세계 각국은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미래에 대한 혜안을 갖고 있는 명망있는 인사일수록 변화의 물결을 타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22,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국제자문단회의에 참석한 미야자키
이사무 전 일본 경제기획청 장관(다이와연구소 특별고문)은 "변화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서둘러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이 지난 23일 힐튼호텔에서 일본
경제흐름에 대해 깊숙한 지식을 갖고 있는 미야자키 전 장관과 조찬을
가지며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짚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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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전경련 국제자문단 회의에서
고문께서는 세가지 커다란 조류를 강조하셨습니다.

투쟁에서 평화로 가치관이 바뀌고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된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또 정보통신 혁명으로 산업구조 및 소비자의 행동양식이 격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같은 변화의 시대에 한국은 다소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은 일본을 교과서 삼아 보고 배워 왔지요.

그런데 최근들어 일본이 머뭇거리는 것같은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경제기획청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일본 경제의 발전구도를 짜신 주역으로서
일본과 한국이 어디로 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 미야자키 고문 =한국은 평등한 입장에서 공생하고 협조애햐 합니다.

평등하다는 얘기는 경제발전의 기본 조건인 근면성 진보성 저축 교육열
등이 비슷하다는 것이지요.

한.일 모두 국제 사회에서 자유롭고 평등하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장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올 수 있는 것이지요.

이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양국이 협조해 가며 배울 것은 배우고 도울 것은 도와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 외환위기로 인해 생산 및 수출이 크게 위축됐지만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죠.

국내총생산(GDP) 및 수출이 증가세를 타고 있지 않습니까.

그만큼 한국 경제가 잠재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손 부회장 =사실 한국의 위기는 외환위기가 금융위기로 확산되면서
경제에 타격을 준것으로 볼 수 있지요.

외환(환율)정책 등 거시경제 운영과정의 실패도 한 원인이 됐지요.

반면 경제의 기본은 좋았습니다.

금리와 환율 등 거시경제정책을 조정한 결과 경제가 급속히 회복되는
사실만 봐도 이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미야자키 고문 =외환위기는 아시아 전반의 문제였죠.

이들 나라는 한결같이 자본자유화를 추진했었습니다.

장.단기 구별하지 않고 개방하다보니 한나라가 삐걱대면 다른 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빚게 됐죠.

개별 국가의 문제로 보지 말고 다 함께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준비해야
지요.

<> 손 부회장 =바그와티 컬럼비아대 교수도 준비없는 개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단기자금을 들여와 장기로 운용하거나 단기 자금으로 해외에 장기투자할
경우 자금 운용에 차질을 빚게 되지요.

고금리와 통화긴축정책으로 요약할 수 있는 IMF 초기 처방은 무리가
있었습니다.

아시아 각국이 외환위기를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일본이 이런 취지에서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미야자키 고문 =한국이 IMF의 권고를 충실히 따르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저도 아시아 공통의 통화권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통화권에 배타적이지 않고 협조하는 체제가 바람직합니다.

AMF는 미국이 반대해서 만들지 못했지만 21세기 언젠가는 창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 손 부회장 =IMF 프로그램에 따라 한국의 금융기관은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을 8%로 맞춰야 하고 기업은 올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이내로 낮춰야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채비율 2백%가 구조조정의 지표가 되다시피했지요.

자문단 회의에서도 나온 얘기지만 이런 조치가 경제를 죽이는 조치라는
지적도 있는데 고문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미야자키 고문 =일본 금융기관도 외국환은행은 BIS 비율 8%를 맞춰야
하지요.

처음에는 엄한 기준이라는 소리도 있었지만 개혁 결과 기준을 대부분 달성
했습니다.

목표는 높게 세울 필요가 있지요.

물론 이를 맞추려다 보면 대출을 꺼리는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금융 개혁을 추진할 때 정확한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처음 세운 프로그램이 쓸모없게 되지요.

<> 손 부회장 =한국기업들은 올해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이내로 낮추기
위해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 이후 경제가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 미야자키 고문 =일본도 같은 상황이지요.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에 엄격한 제한을 두다보니 은행에 자금이 있어도
대출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졌지요.

경기회복이 더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공적 자금을 투입하면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긴 합니다.

아직도 일본 장기신용은행 일본채권은행 등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흥업은행 미쓰비시 은행 사쿠라은행이 합병키로 한것도 이런
배경에서지요.

<> 손 부회장 =한국에서는 재벌개혁이 재벌해체쪽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데 일본이 재벌 해체의 길을 걸어듯 우리도 그런 길을 가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고문께서는 벤처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벤처기업이 한국 재벌 해체이후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벤처가 성공할 확률은 1백만분의 3 정도로 성공률이 높지 않은데 말입니다.

더구나 벤처가 성공하기 위해선 기업여건도 중요합니다.

미국처럼 자유롭게 풍부한 인적 자원이 있을 때 벤처가 성공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미야자키 고문 =커진다고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재벌은 경제유연성을 잃을 우려가 있지요.

커지면서 배타적이 되는건 좋지 않습니다.

미래의 산업구조로 벤처를 강조하는 것은 부가가치를 염두에 둔 것이지요.

정보화 사회에서는 정보 메리트를 살리는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지요.

이런 산업은 벤처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어요.

모든 사업은 처음 시작할 때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 손 부회장 =벤처가 성공하려면 개인의 특출한 능력과 전문성이 중요하고
교육시스템도 창의와 기발한 아이디어를 살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벤처로 성공한 손정의씨도 미국에서 공부했기에 성공했을 것입니다.

<> 미야자키 고문 =맞습니다.

교육이 중요하지요.

일본에서도 개인의 재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교육개혁을 추진중입니다.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의무교육제도는 개인의 재능을 살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인터넷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기술 진보가 가속화될 것입니다.

<> 손 부회장 =일본 재벌 해체과정에 비춰볼 때 한국재벌 정책은 어떤 점을
유념해야 할까요.

<> 미야자키 고문 =재벌 해체여부나 기업 규모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것을 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또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했을 때 국민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가는지 따져
봐야겠죠.

재벌문제도 이런 경쟁력 측면에서 풀어야 할 것입니다.

<> 손 부회장 =한.일 협력차원에서 기업간 제휴나 양국간 공동 구조조정이
논의되고 있는데 한.일간 자유무역협정 가능성과 함께 의견을 들려 주시지요.

<> 미야자키 고문 =양국 기업이 협력하는데 기본적으로 찬성합니다.

자유무역협정의 취지는 좋지만 영역을 넓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동북아경제협력체가 가까운 시일내 탄생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 손 부회장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일본에 가면 가르침을 받기 위해 연락드리겠습니다.

<> 미야자키 고문 =가르쳐 드릴건 없지만 오시면 꼭 연락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정리=이익원 기자 iklee@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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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자키 누구 ]

일본 월간지 문예춘추가 선정한 영향력있는 경제전문가 30명중 5위안에
들 정도로 명망있는 인사.

도쿄대학을 졸업한 후 줄곧 경제기획청에서 근무해온 엘리트 관료다.

경제기획청 장관을 역임하며 금융기관의 개혁을 주창하기도 했다.

해박한 경제지식을 갖춘 균형감각있는 경제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 교류에도 적극적이어서 "전직 정부관료간 교류촉진위원회" 사무총장
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현확 전 총리와 오랜 친분관계를 맺어 왔다.

<> 23년생
<> 47년 도쿄대학 졸업
<> 47년 일본 경제기획청 근무
<> 79년 경제기획청 차관
<> 82년 다이와 연구소 회장
<> 95년 경제기획청 장관
<> 96년 다이와 연구소 특별고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