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영 < 영인터미디어 사장 www.yim.co.kr >

사회생활 경력이 늘어나는 만큼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따라서 참석하는
모임도 늘게 마련이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요, 어려울 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 많은
사람과 친하게 지내자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 누구라도 인정하는 바대로 인맥이 중요한 비즈니스고 보니 나
역시 이러저러한 모임에 참석해 좋은 인간관계를 쌓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어찌 보면 인생살이란 것이 결국 사람을 통해 배우는 게 많은 법인데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알게 되는 일 자체가 무척 흥미롭기도 하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부담스러운 것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못한 성격 탓도 있겠지만 무조건 사람을 많이 알아두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기 때문인 듯하다.

여태껏 나는 소위 "마당발"이라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바라보곤 했다.

그들의 놀라운 친화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 적도 여러번이다.

사람이 지닐 수 있는 여러가지 능력가운데 그들이 발휘하는 능력이야말로
우리 사회, 이 시대와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어떻게 하면 어설프게나마 그 흉내를 내볼 수 있을까
부러워 해 본 적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마당발들을 만날수록 "이건 아닌데..."
라는 회의감이 이는 것은 비단 나만의 느낌이 아니었던 듯하다.

최근 나온 한 잡지는 마당발에 대해 자못 충격적 규정을 내리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이 글에선 마당발이라는 평가가 사실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인
연고주의의 비밀코드"라 주장하고 "철학 이념 가치관 정견 등을 뛰어넘어
모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은 개인적 재주나 미덕이지만 주로 "다리"를
놓고 "연줄"을 만드는 수단이자 결과가 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론 악덕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나는 오랜만에 명쾌한 답변을 얻은 홀가분한 기분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