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도.감청은 되나 안되나.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휴대폰 도.감청 문제가 제기된 이후 이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정보통신부는 첨단기술을 이용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디지털
휴대폰을 엿듣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오래된 통신 방식을 사용하는 아날로그 휴대폰은 부분적으로 감청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휴대폰을 감청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세가지 정도가 제시되고 있다.

첫째는 휴대폰을 복제하는 것이다.

휴대폰은 저마다 고유코드를 갖고 있어 이를 복제해 다른 휴대폰에
심어놓으면 똑같은 휴대폰이 두개 생겨 마음대로 감청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일반 유선전화기에 전화기를 한대 더 달아 사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감청이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국감에서 직접 고유코드와 전화번호까지 똑같이 복제한 휴대폰으로
도청 및 감청시험을 해본 결과 감청이 불가능했다.

걸려온 전화를 한 휴대폰으로 받으면 다른 쪽 휴대폰은 "먹통"이 돼버려
통화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

둘째는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파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아날로그 휴대폰의 경우 감청이 가능하다.

아날로그는 음성신호를 그대로 주고 받기 때문에 전파수신기와 감청장치만
있으면 일정 반경안에서는 주파수를 맞춰 가는 방법으로 휴대폰 통화내용을
엿들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음성신호가 어느 전화로 통화하고 있는 것인가를 알기는 쉽지
않다.

전화기 1대에 전화회선 한대가 연결되는 유선전화와는 달리 휴대폰은
수십명에서 수백명이 하나의 주파수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 통화권에서 무차별적으로 감청을 실시한 뒤 원하는 통화내용만
발췌해 감청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경마정보를 빼내기 위해 아날로그 휴대폰을 감청하다 구속된 사람이
이같은 방식을 이용했다.

특히 CDMA방식의 디지털 휴대폰은 전파추적이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
도청이 더욱 힘들다는게 정통부의 설명이다.

휴대폰의 암호화된 코드를 푸는 것은 더구나 디지털 휴대폰은 음성신호대신
암호화된 코드를 주고 받는다.

암호가 2의 42제곱비트, 즉 4조개나 되는 비트(정보단위)로 구성돼 있어
암호를 푼다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처럼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 암호를 풀어도 같은 기지국내에서조차 64개의 전송채널 중에서 하나를
찾아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 휴대폰 전파를 추적하는 것은 산술적으로만 봐도 2백56조분의
1의 확률이라는 설명이다.

CDMA는 이처럼 통신탐지가 어렵고 전파방해도 받지 않는 특성 때문에
2차대전 당시 군용통신 수단으로 개발됐었다.

이것이 나중에 민간 휴대폰용으로 상용화된 것이다.

마지막 방식은 유선전화나 아날로그 휴대폰을 감청해 디지털 휴대폰과의
통화내용을 엿듣는 것이다.

디지털 휴대폰간 통화는 원천적으로 감청이 불가능하지만 디지털-아날로그,
디지털-유선전화간 통화는 아날로그 휴대폰과 유선전화쪽에 감청장치를 달면
통화내용을 엿들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방식은 디지털 휴대폰을 직접 감청하는 것은 아니어서 휴대폰
감청으로 볼수 없다는 주장이다.

아날로그 휴대폰 감청 문제도 앞으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오는 2000년 1월1일부터 서비스가 아예 폐지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이동전화 서비스를 하고 있는 SK텔레콤이 현재 6만1천명인
아날로그 가입자들에게 연말까지 휴대폰을 디지털 방식으로 바꿔주기로 했다.

< 문희수 기자 mh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