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1일 일요일.

서울 서강대학교 교정은 때아닌 사람들의 물결로 들썩였다.

교문을 들어선 사람들은 호기심으로 가득찬 눈을 반짝이며 몇명씩 무리를
지어 강의실로 흩어져 들어갔다.

이날 서강대를 찾은 사람들은 줄잡아 1만여명.

휴일의 여유를 즐길 시간에 이처럼 많은 사람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것은
다름아닌 "리눅스(Linux)"였다.

제2회 리눅스공동체 세미나가 열렸던 것.

지난해 처음 열린 이 행사 참가자는 겨우 2백여명.

1년만에 무려 50배나 늘었다.

리눅스의 폭발적인 인기를 말해 주는 증거다.

리눅스는 지난 91년 핀란드 헬싱키대학의 젊은 컴퓨터학도였던 리누스
토발즈가 취미삼아 만든 컴퓨터 운영체제(OS)다.

리눅스가 유명해진 것은 리누스가 자신이 만든 운영체제의 소스 코드를 공개
하면서부터.

이때부터 수천 명의 프로그래머들이 소스 코드의 문제점을 찾고 수정하기를
반복해 지금의 리눅스가 완성됐다.

리눅스는 전세계 프로그래머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만들어낸 공동 작품인
셈이다.

리눅스가 윈도 등 다른 OS와 다른 것은 누구나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돈을 받고 파는 리눅스는 컴퓨터 사용자들이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다듬고
구하기 힘든 소프트웨어를 한곳에 모아 놓은 것이다.

이것도 아주 싼 값에 판매된다.

리눅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개방성과 저렴한 가격, 뛰어난 성능을
무기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아성"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강점에 힘입어 리눅스는 최근들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지난 97년 리눅스의 OS 시장점유율(컴퓨터 대수
기준)이 6.6%에서 98년 17.2%로 한햇동안 거의 3배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전체 사용자는 1천2백만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리눅스 애호가"도 이미 줄잡아 10만명 수준으로 조사되고 있다.

내년쯤엔 사용자가 3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IDC는 2005년쯤에는 윈도와 리눅스가 시장을 절반씩 나눌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놓았다.

사용자 수로 따지면 5백만명 규모가 된다.

리눅스는 더이상 몇몇 컴퓨터 전문가들만의 취미가 아니라 일상적인 운영
체제로 탈바꿈하고 있다.

국내 리눅스 시장환경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최근 공식적으로 리눅스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을 아시아의 "리눅스 메카"로 만들기 위해 리눅스 기술개발 활성화
방안을 마련,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을 돕기로 한 것이다.

정통부는 특히 지난 20일부터 시판이 개시된 인터넷PC(국민PC)에 리눅스를
채용할 수 있도록 했다.

리눅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 것이다.

컴퓨터 업계에도 "리눅스 바람"이 뜨겁게 불고 있다.

미국 SGI(실리콘 그래픽스)는 자사의 모든 핵심기술을 공개한다는 파격적인
원칙을 세웠다.

리눅스처럼 소스 코드를 공개함으로써 누구나 수정해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SGI의 목표는 리눅스를 기업용 운영체제로 발전시키는 것.

한국후지쯔는 서버 전제품에 리눅스를 쓸 수 있게 했다.

한국IBM도 리눅스 지원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IBM의 경우 규모가 큰 기업고객이 많아 아직 리눅스에 대한 수요는 낮은
편이지만 앞으로 소호(SOHO)와 소규모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를 중심
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BM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리눅스를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데이터베이스인 DB2의 리눅스 판도 선보였다.

IBM은 리눅스 개발업체인 레드햇 칼데라 터보리눅스와도 적극적으로 협력
하고 있다.

리눅스코리아 리눅스원 리눅스인터내셔널 미지리서치 등 리눅스 개발업체들
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이들은 잇따라 관련 소프트웨어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종전 리눅스의 한계로 지적된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등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지리서치는 리눅스용 아래아 한글을 내놓았다.

윈도용 한글과 자료를 같이 쓸 수 있다.

라스21은 전자게시판 전자결재 등을 처리할 수 있는 그룹웨어 엑스칼리버를
선보였다.

리눅스원의 김우진 사장은 최근 리눅스의 폭발적인 인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하루종일 끊이지 않고 전화 팩스 E메일로 리눅스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김 사장은 "지금은 리눅스를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전문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경근 기자 choice@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