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준 < 국민대 교수 / 경제학부 >


"달라이 라마, 예수를 말한다(The Good Heart)"

이 책은 필자가 인터넷상의 가상서점 아마존에서 최근 구입했다.

티벳의 종교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가톨릭 신부의 요청에 의해 성경의
4복음서 내용을 강해한 것으로 필자는 매우 깊은 감동을 받았다.

"성경을 읽어 본 적은 없지만 해보겠다"는 겸손하면서도 자신감있는 달라이
라마와 그의 강연을 열심히 듣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기독교인들의 모습은
서로 다른 신앙이 공존할 수 있다는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프랑스 문화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가 "톨레랑스(관용)"라고 한다.

내가 인정받기 위해선 남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우리와 다른 것에 대한 이해나 최소한의 묵인이 필요하지만 우리의 문화는
매우 폐쇄적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일본 문화를 깊이가 없다고 폄하하지만 이미 19세기에
반 고흐를 비롯 유럽의 인상파 화가들은 일본 목판화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았다.

우리는 식당에 가더라도 한.중.일 동양 삼국을 벗어나지 못한다.

서양 음식도 주로 이탈리아 요리가 주류이고 프랑스 요리는 장사가 안된다고
한다.

태국 인도 아랍 식당은 거의 보기 어렵다.

최근 퓨전이 성행하고 있으나 제대로 된 맛과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 얘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다원적 종교, 다원적 문화의 시대로 이미 진입해 있다.

배타적이고 자기 우월적인 믿음, 문화는 곤란할 뿐만 아니라 더이상
통하지도 않는다.

또한 우리의 전통문화를 미신으로 격하한다면 우리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겠는가.

앞으로는 경제적 가치를 가진 상품의 가치가 기능성이나 효율성보다 얼마나
우리 마음에 감동을 주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문화를 외국인에게 소개하고 우리 특유의 감동적인 수출 상품을
개발하려면 우리가 외국 문화를 편견없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열린 가슴을 먼저 가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자연미에 바탕을 둔 미감을 개발해야 한다.

중남미 국가를 바나나 공화국이라고 부른 적이 있었다.

바나나가 주 수출품이라 바나나 국제 시세에 나라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경제는 "반도체 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 경기가 살아나고 가격이 떨어지면 온 나라가 몸살을
앓는다.

항상 과잉생산설비를 갖고 있다가 세계경제가 좋아지면 갑자기 경제가
살아나는 그런 과정을 반복해 왔다.

즉 우리의 운명을 외부 여건에 맡기고 살아 온 것이다.

과거의 낮은 가격에 쓸 만한 품질로는 더 이상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힘들다.

앞으로의 세계는 국경이 사라지는 무한경제전쟁의 시대로, 국제경쟁력이
없는 개인이나 기업은 경쟁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소리가 높다.

정보기술과 내용물(contents)사업에 기대를 걸어야 하고 자본이 아니라
개인의 무한한 상상력이 관건이다.

중소기업, 벤처 창업이 중요시될 것이다.

개인의 창의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교육은 현재와 같은 경직적이고
배타적 분위기 하에서는 어렵다.

사고가 경직돼 있으면 몸도 굳어 버린다고 한다.

참으로 몸이 굳어 버린 사람들을 우리는 많이 보며 살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지금을 3공화국 시절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무조건 몸집만 불리면 누가 나를 죽일 수 있겠느냐는 식의 경영은 곤란하다.

새로운 것에 대한 지적 호기심은 상상력과 함께 정보화 시대의 화두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정보화 정책을 맡고 있는 정보통신부가 유연성과 능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보화시대에 대비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통부가 정말 "거듭 나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과 정부의 상대적 역할은 역사적으로 지배적 견해가 계속 바뀌어 왔다.

미국의 경우 1930년대의 대공황은 시장에 대한 불신을, 60년대 위대한 사회
(Great Society)의 실패는 80년대 애덤 스미스의 부활로 귀결됐다.

시장과 정부라는 대안은 고유한 결점들을 갖고 있다.

올바른 선택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

시장만능주의자들의 대의명분 뒤에 숨겨진 실리는 무엇인지, 과연 관료들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모든 사람이 감시해야 한다.

다양한 이익집단을 설득할 수 있는 힘과 논리가 정부에는 있어야 하며
있다고 믿는다.

"정치가는 다음 선거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정치인 공무원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일까.

구조조정 없는 한국경제에는 미래가 없다.

< jjkim@kmu.kookmin.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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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박사
<>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저서 : 그림과 그림값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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